갈색 장발그리고 붉은 눈을 지닌 나루세 미코는 인터폰에 비친 자들을 바라보았다.

 

 

남자 쪽은 관심 없어.’

 

 

관심 있는 건 오직 사요 뿐.

갑자기 사요가 나타나는 바람에 화가 났다.

사요는 자신과 몇 년 전에 죽은’ 친구, <카네코 하루키>를 배신했으니까.

 

 

-친구단지 친목을 위해서라면 악기든 스튜디오든 라이브 하우스든 다 필요 없어고등학생답게 노래방이나 패밀리 레스토랑에 모여서 놀면 되잖아.

 

 

지금도 그녀의 폭언이 마음을 맴돌고 있었다.

그걸 들은 후왠지 모르겠지만 하루키와 함께 걸즈 밴드를 증오하게 됐다.

 

 

모두가 널 친구로 여기고 있었는데!!’

 

 

그럼 지금까지 쌓아왔었던 정은 무엇이 되는 건가?

 

 

게다가 우리 밴드를 나간 뒤에 Roselia? 대충 그런 밴드에서 승승장구했다고.’

 

 

Roselia가 무도관에 나가려 한다고 들었을 때인터넷에 사요의 인성을 폭로하는 글을 써서 Roselia의 득표율을 줄이려고 했으나 가까스로 참았다.

지난 일을 가지고 뭐라 하는 건 자존심에 찔리니까.

 

 

참고 참았는데… 왜 내 집에 온 거야그것도 남자 한 명 데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알파왜 여기로 온 거야?]

 

 

[그냥 여기로 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그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사요.”

 

 

[.]

 

 

화면 속의 사요는 예전과는 달리 눈을 마주치자 뭐라 말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설마 야쿠자에게 협박당해서 자신을 팔아먹으러 온 걸까?

 

 

그럼 경찰에 신고하면 되지.’

 

 

핸드폰을 주머니에서 꺼낸 순간.

 

 

[모리오카 츠카사에 대해 물어보러 왔습니다.]

 

 

그리운 이름을모리오카 츠카사를 사요의 옆에 있던 사내가 말하자마자 툭.

믿기지가 않아서 핸드폰을 떨어뜨렸다.

 

 

잠깐츠카사 군을!?”

 

 

하루키가 죽은 후츠카사가 자취를 감추고 사라졌다.

아마 그녀와 연인이어서 그런 거겠지.

그가 떠나지 않았다면 자신은 사무치는 외로움을 어느 정도 덜 수 있었을 텐데.

 

 

살아있죠?! 맞죠!?”

 

 

일단 사요고 나발이고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츠카사의 생사에 대해 들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정도로.

 

 

[그 전에 할 얘기가 있습니다들여보내 주시죠.]

 

 

.”

 

 

정신을 차렸다.

 

 

이걸 열어말아?’

 

 

그가 진짜 야쿠자라면 되는 건 미코밖에 없다.

 

 

아니진짜 야쿠자 맞나?’

 

 

인터폰으로 본 화면에선 그가 야쿠자라기엔 자세가 너무 올곧아 보이고.

사요가 그를 신뢰한다는 듯 그에게 가까이 붙어 있으니까.

 

 

.”

 

 

열림 버튼을 누르려던 손가락이 멈췄다.

 

 

혹시 몰라.’

 

 

폭력을 쓰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떨어져 있던 핸드폰을 주워서 미리 경찰에 연락할 준비를 했다.

 

 

준비 끝.’

 

 

열어 드릴게요.”

 

 

방금 막 들어와서 샤워도 못했는데 이게 대체 뭐람.’

 

 

현관문이 열리자 그들이 거실로 걸어와서 소파에 앉았다.

 

 

.”

 

 

.”

 

 

바람처럼 빠르게 찾아온 침묵.

그도 그럴 것이막상 사요와 얼굴을 마주 보니 분위기가 싸해졌으니까.

 

 

그래서 넌 왜 왔어우리 사이는 이미 끝난 거 아냐고.”

 

 

미안내가 너희한테 폭언했던 거진심으로 사과할게.”

 

 

사과한다고 달라지는 건… 잠깐사요가 사과를?!”

 

 

경악했다.

 

 

내가 알던 사요는 자기밖에 생각 안 하고 연습에 미친 사람인데?!’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뜰지도.

 

 

* * *

 

 

10분 후.

미코는 사요의 진심 어린 사과를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사요가 달라졌어.’

 

 

누구야 당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살벌한 포스가 넘치고 인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은 사요는 어디에 팔아넘긴 건데?

 

 

뭐 어때.’

 

 

지금의 사요라면 아마… 감자튀김 먹으러 가자고 말해도 알았다며 따라올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말하면 대차게 차일 테지.

그 상황을 대비해서.

 

 

사과는 받아줄 건데우리가 예전 같은 관계로 돌아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아.”

 

 

미리 선을 그었다.

 

 

그렇겠지.”

 

 

사요가 고개를 푹 숙였다.

 

 

… 이게 사요라고좀 후련한데?’

 

 

사요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했던 옛날의 자신이여이제 쉬어도 된다.

이제 자신이 사요를 쥐락펴락할 수 있으니.

 

 

그래도 선은 넘지 말자.’

 

 

아 맞다.”

 

 

사요의 사과 때문에 잊고 있었던 게 있었다.

 

 

?”

 

 

사요와 함께 온 남성을 슬쩍 쳐다보았다.

 

 

당신은 누군데 사요와 같이 있죠?”

 

 

내 동생이야나이는 나랑 같지만.”

 

 

히카와 알파입니다.”

 

 

그때 당시의 사요는 사적인 얘기를 단 1도 하지 않았으니 모를 수밖에.

 

 

쌍둥이라기엔 눈부터 닮지 않았는데오드아이잖아.”

 

 

난 쌍둥이라고 한 적 없어.”

 

 

게다가 양동생이라고 한 적도 없지.

 

 

크흠어쨌든 츠카사 군에 대해 아신다고 했죠빨리 말하세요현기증 난다고요.”

 

 

그 전에 좀 재워야 할 것 같습니다.”

 

 

알파가 사요의 이마에 손을 얹자.

 

 

잠들어.”

 

 

사요가 기절했다.

 

 

히익!!”

 

 

죽였어?! 죽인 거야?!’

 

 

아니.

이마를 짚는다고 해서 죽는 건 좀 과했다.

 

 

근데 왜 말 한마디에 기절하냐고!’

 

 

세계 7대 불가사의에 하나 추가.

 

 

이제 설명하기 쉽겠네요.”

 

 

뭐가요?”

 

 

알파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었다.

미코는 그가 자신을 해할까 봐 몸을 움츠렸다.

 

 

혹시 신과 그의 피조물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

 

 

뭐지신종 도를 아십니까야?’

 

 

얘기가 길어질 겁니다츠카사란 자의 인생을 볼 거니까요.”

 

 

갑자기 그게 무슨.”

 

 

시야가 점멸했다.

 

 

* * *

 

 

으으.”

 

 

낯선 천장이었다.

 

 

정신이 드십니까?”

 

 

여긴히익!”

 

 

뒤로 물러났다.

 

 

천국이에요?!”

 

 

사방이 온통 하얀색이었다.

 

 

천국이 아니라 제가 만들어낸 기억의 공간입니다.”

 

 

당신 뭐 하는 사람이야.”

 

 

성소고 나발이고 그딴 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야쿠자인 줄 알았던 사람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미친놈이었으니까.

 

 

모리오카 츠카사를 죽이려는 사람입니다.”

 

 

?”

 

 

츠카사를 죽여요?

갑자기?

 

 

그의 본명은 나이트메어.”

 

 

츠카사는 가명이라고요?

 

 

그냥 존재 자체가 쓰레기인 놈입니다사람도 아니죠.”

 

 

이 이상 츠카사 군에 대해 망언을 하면그게 사요의 동생이라고 해도 참지 않을 거예요.”

 

 

망언이 아니라 진짜 사람 아닌데요?”

 

 

망언처럼 들리는데요.”

 

 

쓰읍그냥 눈으로 보는 게 더 빠를지도.”

 

 

그 순간.

 

 

-우우웅!

 

 

!”

 

 

빛나는 구체가 나타나더니.

 

 

오케이타이밍 좋고.”

 

 

저건.”

 

 

점차 사람의 형태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번 피조물이 담당할 부분은 악몽입니다.]

 

 

[경고악몽은 이 세계가 꿈과 희망이 넘쳐나야 한다는 윗분들의 어명에 어긋납니다.]

 

 

[나쁜 악몽과 좋은 악몽으로 격리합니다.]

 

 

-파가각.

 

 

두 사람으로 분리됐다.

 

 

츠카사 군?”

 

 

제법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말도 안 돼.’

 

 

사람은 저렇게 태어나지 않는 게 자명한 진실.

 

 

넌 진짜 사람이.”

 

 

그의 팔을 잡으려고 했지만.

 

 

?”

 

 

잡혀지지 않았다.

 

 

뭐지?”

 

 

이건 츠카사나이트메어의 과거의 기억을 보여주는 겁니다홀로그램이라 생각하시면 편해요.”

 

 

그냥 생각하는 걸 포기해야겠다.’

 

 

이제부턴 상식 밖의 일이 자주 일어날지도 모르니까.

 

 

나중엔 마법도 쓸 수 있는 거 아니.’

 

 

그 순간.

 

 

너 누구냐?”

 

 

!! 내가 보이는 거야?”

 

 

아니.

 

 

저야말로 묻고 싶습니다만.”

 

 

이건 과거의 기억일 뿐.

대화하는 상대는 미코가 아니었다.

 

 

[남자 쪽의 이름은 나이트메어입니다.]

 

 

갑자기?”

 

 

[여자 쪽의 이름은 아쿠무입니다.]

 

 

시스템 창이 그들의 이름을 정해줬다.

 

 

아쿠무라마음에 들어.”

 

 

[좋은 악몽과 나쁜 악몽이 있습니다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당연히 내가 좋은.”

 

 

나이트메어가 좋은 악몽을 고르기 전에 아쿠무가 그걸 먼저 선수를 쳤다.

 

 

뭐 하는 거냐?”

 

 

제가 원하는 걸 골랐을 뿐입니다만무슨 불만이라도?”

 

 

그들의 살벌한 신경전이 오가는 도중.

 

 

[진정해라나의 피조물들이여.]

 

 

유메가 나타났다.

 

 

저 사람은 누구길래 후광이 비춰요?”

 

 

사람이 아니라 신.”

 

 

신이라고요?! 에이잡신이겠죠일본엔 800만이 넘는 신이 있으니까.”

 

 

진짜 신입니다.”

 

 

[나는 유메이 세상과 너희를 창조한 신이다.]

 

 

.”

 

 

어질어질하니 한 명만 말해줘.

 

 

[너희가 해야 할 일은 악몽을 만들어… 아니다다른 일만 열심히 해주면 돼.]

 

 

.”

 

 

바로 수긍한 아쿠무와는 달리.

 

 

신이라면 증거를 대.”

 

 

나이트메어너무 무례합니다.”

 

 

하하무례고 나발이고 증거를.”

 

 

[좀 아플 거다.]

 

 

?”

 

 

-!

 

 

유메가 허공에 나타난 검으로 나이트메어의 심장을 꿰뚫었다.

당연히 즉사였다.

 

 

이게 뭐 하는 거야!!”

 

 

하지만 10초도 안 돼서 부활했다.

피조물이니까.

 

 

[이걸로 됐나무기도 창조하니 믿을 수밖에 없지.]

 

 

젠장.”

 

 

[어쨌든 둘 다 날 따라와.]

 

 

한편나이트메어의 죽음을 본 미코는.

 

 

히익.”

 

 

몸을 오들오들 떠는 중이었다.

 

 

이때부터였어요나이트메어의 수난이 시작되는 게.”

 

 

?”

 

 

자세한 건 다음 기억에서.”

 

 

허공에 문이 나타났다.

 

 

?”

 

 

가죠다음 기억으로.”

 

 

알파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 !”

 

 

미코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따라 들어갔다.

 

 

?”

 

 

공간이 바뀌었다.

이상한 도구들이 책상에 널브러진 방으로.

그렇다고 해서 창고는 아니지만.

 

 

제기랄!! 왜 신은 나한테만 관심을 왜 이리 안 주냐고!!”

 

 

많이 화난 것 같아.”

 

 

그가 느끼는 감정은 분노그리고 애정결핍이란 걸 감으로 알 수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하루키와 나한테 의지한 이유가 이거였나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았는데.’

 

 

마음 같아선 그의 등을 토닥여주고 싶다.

그런데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걸 생각하자니왠지 좀 슬펐다.

 

 

나한텐 관심도 안 주잖아.”

 

 

저기요기억에 간섭할 수 있나요츠카사 군 좀 위로해주게.”

 

 

못 합니다.”

 

 

그렇겠죠.”

 

 

그래도 나이트메어의 등을 토닥여주는 시늉을 했다.

 

 

힘내미래엔 널 지탱해주는 사람들이 나타날 거야.’

 

 

그게 자신과 하루키지.

 

 

그래그 돼지 새끼하고 1년 동안 수련해서 무력으로 아쿠무를 끌어내리자만약 끌어낼 수 없으면.”

 

 

나이트메어가 회전의자에서 빙글 돌았다.

 

 

이곳을 뛰쳐나가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면 되지.”

 

 

어차피 율법의 제약 있어서 지상에 세 시간밖에 못 있을 텐데.”

 

 

율법의 제약이요?”

 

 

설명하려면 길어질 겁니다그냥 다음 기억으로 넘어가죠.”

 

 

아까와 똑같은 방식으로 다음 기억으로 넘어갔다.

 

 

-쏴아아!

 

 

비가 내리는 전장.

패배자인 나이트메어에겐 비는 더욱 큰 패배감을 안겨줬다.

 

 

공격이 너무 단순합니다성유물을 썼는데도 못 이기는 걸 보면어딘가 부족한 겁니다.”

 

 

아쿠무는 꽤 여유로워 보였다.

 

 

너는… 악몽을 안 만드는데도 왜 신이 너한테만 관심 주는 거지?”

 

 

글쎄요전 그런 거에 상관 안 써서.”

 

 

제기랄!!! 널 이기려고 망할 트론한테 몇만 번 넘게 죽었다고!!! 그러니 말해!!”

 

 

당신이 일에 미쳐서 그분이 당신을 싫어하는 거 아닐까요당신이 만든 악몽을 없애기 위해 제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일 열심히 하면 오히려 좋아야 하는 거 아니야?”

 

 

악몽은 예외입니다그걸 만들지 않고 그분이 시키신 일만 하면 될 뿐.”

 

 

그럼 나도 네가 하는 일 할래새롭게 시작하고 싶다고.”

 

 

나이트메어의 입꼬리가 올라감과 동시에.

 

 

그럼 결정 났네요유메 님이곳을 원래대로 되돌려주십시오.”

 

 

전장의 그래픽이 깨지더니 연무장으로 바뀌었다.

 

 

[네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것 같아 다행이군.]

 

 

유메가 관중석에서 내려와 나이트메어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금 네게 맡기고 싶은 일이 있는데맡아주겠나?]

 

 

!! 뭔데요?”

 

 

나이트메어의 눈이 희망으로 가득 찼다.

 

 

[이번에 플레이어가 된 자가 있으니 그녀에게 이 플레이어 매뉴얼을 읽어줘플레이어는 불로불사인 거 잊지 말고.]

 

 

명을 따르겠습니다!!”

 

 

기뻐서 미쳐 날뛰는 그를 바라보는 미코는 이런 기분이었다.

 

 

좋겠네신의 관심을 받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알파가 미코의 생각이라도 읽은 듯 찬물을 끼얹었다.

 

 

뭘 해도 관심 못 받습니다.”

 

 

왜요?”

 

 

만약 관심받았으면 당신과 나이트메어는 만날 수 없을 거라고요.”

 

 

그래도.”

 

 

이게 다 신 때문입니다신이 나이트메어에게 관심만 줬더라면 모두가 평화로웠을 텐데.”

 

 

어쨌든 다음 기억으로 넘어가죠.”

 

 

.”

 

 

의왼데?’

 

 

끌려 다니기만 했던 미코가 자발적으로 움직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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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기억을 엿보는 건 진격거를 패러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