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부터 남들에게 특별한 사람으로 동경되어오던 나라도, 생일은 평범하게 특별하다.

 반짝반짝한 드레스, 귀여운 인형, 커다란 케이크... 그런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치~짱, 여기.’

 단순히 애정을 담아 만든 조촐한 색종이 장미꽃 그것만으로도 순수한 기쁨을 느낀다.

 

 파스파레의 사무실.

 나는 내일 드라마 스케줄을 위해 대본의 대사들을 외우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는 오늘 치 스케줄을 끝마친 파스파레의 모두가 화목하게 모여있으며, 그 풍경은 보기만 해도 나도 모르게 흐뭇해진다.

 보나 마나 스마트폰으로 자기 이름을 검색 중일 아야 짱.

 커피를 마시면서 모두를 지켜보고 있는 마야 짱.

 스마트폰으로 자기가 찾아낸 룽한 소재를 이브 짱에게 보여주고 있는 히나 짱.

 히나 짱의 이야기에 재미를 공감하는 이브 짱.

 한 송이의 꽃 같은 소녀들의 휴식 공간. 이 공간에는 화초 같은 화목함이 감돌았다. 아주 좋은 모습이다. 휴식조차 평범하게 즐길 줄 알아야 프로이니까.

 “오늘도 피곤하네.”

 아야 짱이 지친 목소리를 내고

 “연습도 일도 스케줄이 빡빡했으니까요.”

 마야 짱이 아야 짱의 말을 거들어주고

 “바쁜 건 좋은 거예요!”

 이브 짱이 기합을 넣고

 “난 전혀 아무렇지 않지만.”

 히나 짱이 대화에 찬물을 끼얹고

 “히나 짱, 컨디션 관리도 일이야.”

 “네에”

 나는 히나 짱을 나무란다. 이대로 계속 오늘 분의 휴식을, 평소 같은 대화를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려만...

 ‘위~~~잉!!’

 아무래도 그건 틀린 모양이다. 울리지 말았으면 하는 빨간 사이렌이 울리고 말았다.

 “긴급 상황, 긴급 상황!”

 스피커에서 한 여성의 목소리가 전파를 통해 전해져 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츠키시마 마리나 씨. 라이브 하우스 CiRCLE의 점장으로, 우리들이 사는 연예계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분이시다. 그런 분이 어째서 파스파레가 소속된 사무실 스피커를 사용하는가...

 “상점가에 괴인 출현! 파스텔 레인저 긴급 출동 바람!”

 그건 우리가... 파스텔 레인저이기 때문이다.

 “애들아...”

 ““““응.””””

 “가자!”

 아야 짱의 호응에 우리들은 반응했다. 소중한 휴식은 끝났다. 그러나 불만을 뱉을 시간 따위 없다. 우리는 이제부터 더 소중한 걸 지키러 가야 한다.

 아이돌 유닛 Pastel*Palettes로 활동하는 다섯 사람.

 분홍빛 보컬, 마루야마 아야.

 하늘빛 기타, 히카와 히나.

 연두색 드럼, 야마토 마야.

 보라색 키보드, 와카미야 이브.

 그리고 나, 노란색 베이스, 시라사기 치사토.

 그들의 진짜 모습은 정의의 전대... 마법전대 파스텔 레인저.

 현장에 나가기 전, 우리들은 각자가 가진 변신 스위치인 각자의 악기를 쥐었다.

 쥐고 상상한다... 그러자 각자의 악기들이 각자의 색상에 맞는 브로치가 되어 가슴의 장식이 됐다.

 상상, 그 힘만으로 입고 있던 사복이 녹아내리듯이 사라지고 새로운 옷이 전신에 덧씌워졌다.

 예쁜 리본, 푹신푹신한 프릴... 귀여움이 둥실둥실 떠다니는 듯한 드레스 복장. 등 뒤로는 작은 천사의 하얀 인공 날개가 부착되고, 눈에는 각자의 색상에 맞는 고글이 생성됐다.

 마법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이 지금 내 몸에 펼쳐졌다.

 참고로 레인저 복장은 우리들의 라이브 복장을 모방되어 적당히 살짝 마개조되어 나온다. 일단 기본은 우리들의 첫 라이브 복장이다.

 변신이 끝나자 나와 동료들은 현장으로 날아갔다. 날개는 장식이 아닌 것이다. 비행의 상세한 원리는 나야 모른다.

 그리고 자욱한 연기가 봉화처럼 피어오르는... 딱 봐도 사건 현장이라고 자백하고 있는 곳이 한눈에 보였다.

 나와 동료들은 적당한 건물에 착지하여 정해진 구호를 외쳤다.

 “마법전대...”

 리더인 아야 짱의 시작 구호를 준비 삼아...

 “파스텔 레인저!”

 한 목소리, 한 마음으로 구호는 소리쳤다.

 ‘퍼엉~!’

 그러자 뒤에서 화려한 폭발 효과가 터졌다.

 이는 중요한 작업이다. 악한 괴인에게 경고를 빨리 때리기 위해, 악한 괴인의 등장에 겁을 먹은 시민들에게 희망을 빨리 안겨주기 위해 우리가 왔음을 알리는 것이다.

 절대 우리들 이름 선전을 우선 시하는 게 아니다. 결단코.

 이 일대는... 스튜디오 dub가 있는 곳인데, 분명 오늘 RAISE A SUILEN와 Roselia의 공연이 있었을 터. 지인이 이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더욱 조마조마해졌다.

 “오늘은 고양이 괴인인가.”

 고층 건물 위에서 내려다보니 고양이 한 마리가 시내를 휩쓸고 있었다.

 당연히 평범한 고양이가 아니었다. 2층 맨션 크기 수준의 거대한 괴물 고양이였다.

 “고양이 얼굴이 엄청 귀여워요... 무사도의 마음도 녹아내릴 거 같아요...! 큭, 강적... 무사도!”

 “쓸데없이 귀엽게 만들어놓았지 말입니다. 파괴 병기에 이런 디자인이라니 제작자 취향이 참으로 고약하다고 할 수 밖에...”

 이브 짱과 마야 짱의 말대로였다. 괴인이란 말과는 어울리지 않게 고양이는 귀여웠다. 그냥 귀여운 고양이를 크게 만들었을 뿐이었다.

 “뒹굴거리고... 꼬리를 흔들고... 애교 부리면서 주위 일대를 파괴하고 있어...”

 고양이 괴인이 한 번 뒹굴거릴 때마다 도로의 아스팔트가 한바탕 뒤엎어지고 시민들은 아비규환이 되어갔다.

 고양이 괴인이 한 번 꼬리를 흔들 때마다 주위의 건물들의 표면이 한바탕 무너지고 도로는 온갖 건물의 파편투성이가 되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갔다.

 일단 우리들은 시민부터 구하기 위해 건물에서 뛰어내렸다.

 시민들도 열심히 도망치고 있긴 하지만, 패닉이나 부상 등의 이유로 아직 도망치지 못한 시민들이 꽤 남아있었다.

 우리들은 히어로. 시민 보호가 최우선 사항...! 빨리 시민들을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야 한다!

 우선 아야 짱은 가슴의 브로치를 쥐었다. 그러자 브로치는 다시 악기... 아야 짱의 마이크로 변했다.

 “상큼 톡톡 튀어 오르는 이 기분의 이름을 가르쳐줘... 너는 알고 있니?”

 아야 짱은 마이크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온화한 음파가 분홍색 물결의 형체로 변해 일대의 시민들을 감쌌다. 그러자 놀랍게도 사람들의 온몸에 난 상처들이 회복되기 시작...

 “마음엡 윽! 으으...”

 하려다가 말았다. 또 혀를 깨물다니... 그토록 주의하라고 매번 말하는데도!

 “아야 짱! 빨리!”

 “마, 마음에 드는 유리잔을 바라보며...”

 중간에 한심한 꼴을 보이긴 했지만 아야 짱이 노래를 재개하면서 시민들의 온몸에 난 상처들이 빠르게 회복되었다. 이것이 마법전대 아야 짱으로서의 힘...! 노래하는 것으로 온갖 기적의 힘을 부릴 수 있다. 중간에 혀를 깨물지만 않는다면.

 “무사도!” 

 이브 짱은 브로치를 키보드로, 키보드를 검으로 바꾸어 고양이 괴인에 맞서 싸웠다. 아름다운 횡 베기가 고양이의 꼬리를 매섭게 물어뜯었다. 덕분에 고양이 괴인의 꼬리의 파괴 행동이 잠시 잠재울 수 있었다.

 이브 짱의 검은 칼날이 건반 모양으로 되어있는 특이한 디자인의 검이었다. 이브 짱의 작명으론 키보드 카타나. 건반 모양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닌 진짜 건반이며, 이브 짱이 칼날의 건반으로 연주할 때마다 검의 파괴력이 올라가는 시스템이었다.

 “자, 오늘은 더욱 룽♪하게 갈 거야! 언니가 보고 있을지 모르니까! 모에모에 룽룽♪”

 히나 짱도 브로치를 기타도 바꾸었다. 화려하면서 섬세한 테크닉의 기타 연주에는 서서히 하늘색 불꽃이, 춤을 추듯 히나 짱의 주변을 맴돌았다.

 히나 짱이 한 발 세게 내딛는 순간, 히나 짱 주위의 하늘색 불꽃들이 고양이 괴인에게 날아갔다.

 이 때, 고양이 괴인은 이브 짱의 검격에 화가 나 입을 벌리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는데...

 “야아아아오오오옹!”

 운 좋게 히나 짱의 불꽃이 고양이 괴인의 입에 들어갔다.

 고양이 괴인은 입 안으로 들어간 히나 짱의 불꽃이 어지간히 괴로운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고통을 울음으로 뱉어냈다.

 이브 짱과 히나 짱이 잠깐이나마 고양이 괴인을 막아서는 그 틈을 타서 나와 마야 짱이 아직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을 이끌었다.

 도중에 고양이 괴인의 꼬리가 건물의 벽을 스치며 위에서 파편덩어리들이 떨어지긴 했으나...

 “이얍!”

 나는 브로치를 베이스로 바꾸고 베이스를 연주했다. 그러자 노란색의 물결의 바람이 휘몰아치며 커다란 돌덩어리들의 낙하 속도를 크게 줄였다.

 자, 이걸로 모두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을 터. 나는 주위를 둘러봤다. 모두 대피했겠지?

 “파레오! 빨리 대피해야지!”

 “조, 조금만 더 구경하고 가요! 츄츄 님! 파스텔 레인저... 귀여워! 아, 실물을 코앞에서보다니 파레오 이제 죽어도 여한이...”

 “Calm Down!! Are you Crazy?!”

 아, RAISE A SUILEN의 키보드인 그 애다.

 우리의 열렬한 팬인 건 고마운 일이지만, 그 뜨거운 팬심은 좀 더 바른 방향으로 썼으면 좋겠다.

 “...!!”

 아,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애는 기절했다.

 결국 마야 짱이 업어다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

 자, 이제 대피하지 않는 시민은 없겠지?

 “유키나! 빨리 대피해야지!”

 “조, 조금만 더 구경하고 가자... 귀여워! 아아... 저 애는 반드시 로젤리아의 마스코트로 삼아야 해.”

 “정신 차려! 유키나! 네가 다친다니까!”

 “세상에 나쁜 고양이는 없어! 다정하게 대해주면 모든 고양이는 사람에게 해를 주지 않아!”

 왠지 아까도 본 듯한 상황이... 유키나 짱과 리사 짱?

 아니, 사람을 착각한 건가. 내가 아는 유키나 짱과 연이 없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분명 내가 아는 유키나 짱은 차갑고 쌀쌀맞은... 마치 겨울바람과도 같은 이미지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소녀는 따뜻한 사랑을 주체 못 하는 봄날 소녀의 표정이다...

 아니아니, 누구인지는 뒤로 해야 할 문제다. 빨리 대피부터...!

 “헉헉, 어라... 미나토 씨? 여기서 뭐하세요?”

 “...미타케 씨구나. 우연이네. 빨리 함께 대피하자.”

 “하하, 나이스 타이밍... 란.”

 란 짱이다. Afterglow도 오늘 dub에서 공연이 있었던 걸까? 아니면 관객? 뭐가 됐든 정신이 이상해진 듯한 유키나 짱을 데리고 가서 다행이다.

 “무사도...!”

 꽤 분전하던 이브 짱은 점점 고양이 괴인에게 밀리고 있었다.

 “야옹~”

 “큭! 무사도...!”

 아무래도 고양이가 귀여워서 전력을 다해 괴인을 벨 수 없는 모양이다.

 결국 이브 짱은, 잠시 물러서기로 판단하고 고양이의 꼬리가 닿지 않는 높이의 벽까지 올라갔다.

 “어라라? 처음에는 괴로워했었는데...?”

 히나 짱의 불꽃 공격도 처음에만 선방했을 뿐. 그 이후로는 전혀 먹히지 않았다. 처음 불꽃 공격은 입으로 들어가서 아프게 먹힌 거였나?

 “제 브로치가 분석을 완료했지 말입니다! 녀석의 털엔 불꽃 내성이 있어 히나 씨의 불꽃은 먹히지 않을 겁니다! 또한, 덤으로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증폭시키는 효과도 있슴다!”

 그 때, 마야 짱이 분석을 모두에게 알렸다. 마야 짱의 브로치엔 분석 기능이 있어 시간은 좀 걸려도 괴인에 대한 특징이나 약점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서 물러서면 무사도의 이름이 웁니다! 으으...! 아무리 귀여워도 이 검이 용서치 않습니다!”

 이브 짱은 칼날의 건반으로 혼신의 연주를 선보이며, 칼의 힘을 빠른 속도로 증폭시켰다. 그 혼신의 연주를 손으로 만들어내는 동안, 이브 짱의 입에선 ‘하아...’ 하고 특별한 호흡이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무사의 검을 더욱 날카롭게 하기 위한 주문... 이라나 뭐라나.

 “하아... 압!”

 이브 짱은 우선 발로 벽의 표면을 긁어 퍼내서 파편을 고양이 괴인의 눈 쪽으로 차서 날렸다. 마법전대의 힘을 받은 우리에겐 당연한 괴력이었다.

 고양이 괴인은 반사적으로 꼬리를 써서 이브 짱이 날린 파편을 막아냈고...

 “냐?”

 그 직후, 당황의 울음소리를 뱉었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그 찰나의 시간에서 이브 짱이 시야에서 사라졌으니.

 이브 짱은 고양이 괴인의 시야가 잠시 끊긴 사이 벽의 표면을 벅차고 뛰어올라 괴인의 시야 뒤쪽으로 넘어갔다. 인외의 경지에 도달한 속도...

 “이브 짱! 서포트할게! 루루룽♪”

 이브 짱이 허공을 누비는 동시에 히나 짱이 연주를 통해 이브 짱에게 하늘색 불꽃을 날렸다.

 그 하늘색 불꽃은 빠르게 이브 짱의 키보드 카타나에 휘감겼다.

 “이것은...! 츠구미 씨가 빌려준 만화를 통해 계승된 무사의 기술...!”

 그걸 계승이라고 부르는구나. 이브 짱...

 “하아...! 히노카미 카구라 해의 호흡!”

 이브 짱은 있는 힘껏 검을 위로 치켜들고 그대로...

 “원무!”

 고양이 괴인 목덜미에 종 베기를 시전했다.

 “야아아오오오오오옹!!”

 이브 짱의 진심 공격에 고양이 괴인은 포효했다. 고통에 몸부림쳤다. 포효도 몸부림도 그 어떤 때보다 더 강렬했다. 성공적으로 공격이 먹힌 모양이다.

 이브 짱은 고양이의 필사적인 포효도 몸부림도 전부 무시하며 고양이의 목덜미에 검을 박은 채 그대로 쭉 고양이의 등을 질주했다.

 상처가 강제로 벌어지고, 살 속에 들어오는 불꽃의 양도 늘어나자 고양이 괴인은 더욱 강렬하게 저항했다.

 “그렇군요! 이브 짱의 키보드 카타나의 칼날이 괴인의 살을 비집고 들어가고, 그대로 히나 짱의 불꽃이 파고 들어간 겁니다! 불꽃 내성이 있는 건 어디까지 털이니 무용지물! 감탄했지 말입니다!”

 “응. 마야 짱. 설명 고마워. 그나저나 사람들은 다 대피시켰어?”

 “네. 더 이상 우리가 대피시켜야 할 사람은 없습니다.”

 마야 짱의 브로치는 괴인 분석 기능 말고도 주위의 사람들을 탐색하는 기능도 있었다. 역시 만능의 멤버.

 “저도 공격에 가담하겠습니다!”

 마야 짱은 브로치를 2개의 드럼 스틱으로 변형시켰다.

 “휘이이익!”

 마야 짱이 휘파람을 불자 2개의 드럼 스틱은 허공을 자유자재로 날며 고양이 괴인에게로 날아갔다.

 저 드럼 스틱은, 마야 짱의 휘파람에 반응하여 마야 짱이 상상하는 대로 날아가는 마야 짱의 무기다. 유명한 영화의 아버지 캐릭터의 기술에 영감을 받았다나.

 “제 분석 결과 저 괴인의 약점은...”

 마야 짱의 두 개의 드럼 스틱은 각각 고양이 괴인의 두 눈을 관통했다. 얼굴에 두 개의 구멍이 난 괴인의 엄청난 비명과 함께 피보라가...

 “...”

 이후부터는 파스텔 레인저의 아이돌로서의 이미지가 떨어질 거 같아 설명을 생략하겠다.

 

 이래저래 해서 파스텔 레인저는 괴인에게 승리했다. 승리한 우리에겐 저무는 해의 노을이 내려졌다.

 “마음 아픈 승리였어요... 무사도. 그런 귀여운 생물을 이 카타나로 마구 난도질했어야 한다니...!”

 “저기, 아야 짱! 저거 배경으로 해서, 승리 기념 셀카 안 찍어? 분명 조회수도 좋아요도 코멘트도 마구 오를 텐데!”

 “미안... 평범히 보기만 해도 속이 울렁거려... 으윽... 피가 잔뜩...”

 “이걸 배경으로 삼아서 SNS에 올리면 분명 삭제당할 것이지 말입니다. 수위가 너무 높으니까요...”

 특촬물은 역시 공상의 영역이구나. 그 동네 괴인들은 이렇게 피를 남기지 않던데... 뭐, 그쪽은 어른의 사정 문제이지만.

 그래도 오늘도 파스텔 레인저가 도시의 평화를 지켜냈다. 그걸로 만족할까.

 “그러고 보니 치사토 씨 생일까지 앞으로 사흘 남았지 말입니다.”

 “응.”

 생일, 이라. 어릴 적부터 바쁜 연예계 생활을 해온 나였기에 스케줄에 생일을 양보해야 했던 해를 많이 경험했었다.

 그러기에 남들처럼 파티를 열고 친목회를 여는 등의 거창한 이벤트는 기대하지 않은 채로 살아왔다. 그저 마음이 담긴 말로 축하받고, 마음이 담긴 선물을 받는 정도면 충분했다.

 “그러네요! 치사토 씨 생일에는 별일 없어야 할 텐데...”

 “괴인 같은 게 온다면 나에게 맡겨! 내가 반드시 3초만에 퇴치할 테니까! 여유야, 여유!”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아이돌이니까. 혼자서 활동하는 게 아니라, 함께 활동하는 동료들이 있기에 내가 좋든 싫든 그녀들은 나의 생일을 스케줄에 양보하도록 두지 않는다. 

 “나, 나도 힘내야지...! 치사토 짱의 생일, 나도 기대되니까!”

 그래, 나도 올해는 너희들과 생일 파티란 걸 해보고 싶거든. 시끌벅적한 아이돌의 무대에서가 아니라 느긋하게... 한 명의 여자애로서의 생일을.

 정말이지 사흘 뒤엔 괴인이 튀어나오지 않아야 ㅎ

 

 하아... 역시 이렇게 되고 마네.

 머피의 법칙이라도 작용된 건가.

 4월 6일. 파스텔 레인저는 또 출동했다. 이번에는 토끼를 크기만 괴물처럼 키웠을 뿐인 토끼 괴인이었다.

 장소는 바로... 상점가...! 내 단골 가게인 하자와 커피점이 있는 곳이다. 그 외에도 밴드 관련 여러 지인의 터전이기도 하다.

 “이번에도 귀여운 생물체를 괴인으로...! 무사도(저, 화났어요)!”

 “혹시 제작자는 괴인 디자인 짜는 게 귀찮은 게 아닐까요... 그런 생각이 들지 말입니다.”

 마야 짱의 의견엔 동감이다. 일하라고, 괴인 디자이너.

 “빨리 쓰러뜨리자! 치사토 짱의 생일 파티 꼭 해야지!”

 히나 짱... 그래. 나도 이까짓 괴인 따위에 소중한, 모두와의 생일 파티를 무르고 싶지 않다.

 전개는 언제나 똑같다.

 우선 이브 짱과 히나 짱이 괴인과 맞서고, 아야 짱은 주변 시민의 치유, 나와 마야 짱은 시민의 대피를 맡았다. 그리고 마야 짱이 괴인의 분석이 끝나면 5인이서 괴인을 쓰러뜨릴 것이다.

 “오타에, 인마! 후딱 대피해야지! 카스미와 사아야, 리미는 이미 사아야네 가족 데리고 대피했다고!”

 “조, 조금만 더 구경하고 가자... 토끼 귀여워...”

 하아... 오늘도 속을 썩게 만드는 시민(지인)을 대피시키려고 했는데...

 “와키미야 일도류... 이중극점! 어?”

 “어, 어라라? 괴인이 어디 갔지?”

 이브 짱과 히나 짱 쪽에서 문제가 생겼다.

 “어, 어어 엄청난 속도예요!”

 일단 둘이 괴인을 붙잡아둬야 하는데, 토끼 괴인은 그 둘이 묶어둘 수 있는 적이 아니었다. 우리의 평소의 전술이 먹히는 상대가 아니었단 말이다.

 토끼 괴인은 엄청난 각력과 속도로 이브 짱과 히나 짱을 갖고 놀았다. 주변 건물도 발판 삼아 3차원의 움직임을 보였기에 이브 짱과 히나 짱은 그저 괴인을 눈으로 쫓는 것만으로도 벅차 보였다.

 고양이 괴인과 크기는 비슷하지만, 속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빨랐다.

 “무사도오오오오오오!”

 내가 토끼 괴인의 속도에 경악하는 동안 벌써 이브 짱이 토끼 괴인의 다리를 맞고 저 먼 건물에 박혀버렸으며,

 “감히 이브 짱을! 나 화났... 캬아악!”

 히나 짱은 나름 머리를 굴려 공중으로 날아가, 날 수 없는 토끼 괴인에게 원거리 공격을 날리려고 했던 모양이지만... 토끼 괴인은 히나 짱이 손쓸 수 없을 정도로 높이 날아가기 전에 건물을 발판 삼아 있는 힘껏 뛰어올라 히나 짱을 오버헤드 킥으로 지면에 내리꽂았다.

 결국 이브 짱과 히나 짱 둘 다 당했다. 마법전대로서의 튼튼한 몸 덕에 바로 회복하여 일어설 수 있겠지만, 둘이 잠시 적을 묶어둔다는 작전의 첫 번째가 실패한 셈이 됐다.

 “어, 어쩌지, 치사토 짱?! 아직 시민 대피가?!”

 “마야 짱! 분석은?!”

 “아직입니다...”

 일단 우리끼리 싸워야 한다... 하지만 상대가 너무 강하다.

 가장 우선시해야 하는 건 시민들의 안전. 과연 우리들이 시민들이 모두 대피할 때까지 시간이라도 벌 수 있을까?

 “아야 짱! 너는 계속 다친 시민들에게 노래를 들려줘! 마야 짱! 너는 시민 대피를! 나는 이브 짱과 히나 짱과 셋이서 어떻게든 저걸 막아볼게!”

 침착해야 한다. 내 실수가, 시민의 죽음으로 직결된다. 이미지 하락 그딴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돌이기 이전에, 연예인이기 이전에 우선시해야 하는 히어로란 존재가, 나는 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히어로로서 시민을 지켜야 한다.

 나는 브로치를 베이스로 바꿔, 연주를 시작했다. 노란색의 바람을 일으켜 풍압으로 토끼 괴인을 공격했다.

 당연히 맞지 않았다. 당연히 토끼 괴인은 피했다. 그걸로 좋다. 어그로를 끌 수만 있다면.

 나는 이브 짱과 히나 짱에게 지시를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이 속도 괴물 앞에서 지시를 일일이 내릴 여유가 있을 리가. 그저 알아서 호흡이 맞기를 빌 뿐이다.

 이런... 엉터리 공연은 하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여~ 치사토. 그리고 아기 고양이들. 도움이 필요한가?”

 ...환청인가? 듣기 싫은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오는데... 어어...? 뭔가 장미도 떨어지는 거 같고.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엔... 미셸 모양의 열기구, 마리 모양의 열기구 총 두 개의 열기구가 하늘에 떠 있었다.

 “모두들! 하나같이 우중충한 얼굴이네~ 우리들이 웃는 얼굴을 선물해줄게!”

 그리고 마이크를 통해 우리들에게 말을 건네고 있는 코코로 짱...

 미셸 열기구에는 코코로 짱과 카논이 타고 있었고, 마리 열기구에는 하아... 카오루가 타고 있었다.

 코코로 짱의 복장은 그야말로 모든 이의 공상 속의 탐정이었다. 소설 속 탐정이나 애용할 법한 노락색 페도라 모자, 트렌치코트를 귀엽게 개조한 겉옷, 겉옷에 어울리는 조끼 드레스, 하얀 셔츠... 가슴 맡에는 예쁜 브로치와 돋보기가 달려있었다.

 카논의 복장은 마치 인어공주... 해파리를 모티브로 한 인어공주 같은 복장이었다. 딱 카논에 어울리는 복장이 아닐 수 없다.

 카오루의 복장은 가면무도회 참가자 같은 것이었다. 딱 눈 부근만 가리는 가면엔 정체를 가리는 은폐력을 조금도 찾아볼 수 있었다. 아야 짱보단 나을까? 진한 갈색의 서양풍 모자엔 두 가지 색상의 장미가 있었고, 몸에 두른 옷은 화려한 서양풍 파티 복장이었다. 혹시 괴도 복장인 건가.

 “나는야 명탐정! 츠루마키 코코로!”

 “나는야 월하의 괴도! 괴도이기에 통성명은 생략하지!”

 “후에에엥~”

 저들은 분명 우리처럼 히어로 활동을 하고 있는 ‘헬로, 해피 월드!’.

 마법의 정령 같은 것에게 힘을 받은 우리와는 달리, 저들은 츠루마키 가의 자본과 기술력의 힘만으로 히어로 활동을 하고 있다.

 “자, 힘겹게 싸우고 있는 파스텔 레인저를 도와줘! 미셸 로봇!”

 “마리 로봇! 너도 출진이란다! 아기 고양이들을 구해주렴!”

 코코로 짱과 카오루의 외침에 하늘에서 두 종류의 로봇이 날아왔다. 동시에 코코로 짱이 카논을 안고, 카오루는 혼자서 열기구에서 뛰어내렸다. ...어라? 잠깐만? 카오루는 분명 높은 곳을 무서워할 텐데?

 “모두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미셸이야.”

 하나는 미셸 모습의 슈트를 입은 누군가. 열기구에서 뛰어내린 코코로 짱, 카논, 카오루를 양팔로 받아내 조심스럽게 지면에 착지시켰다.

 “으아아아아...! 모, 모두의 마리가 등장했다구!”

 다른 하나는 마리의 모습을 한 거대 로봇이었다. 건물 한 채만한 거대함... 토끼 괴인의 거대함은 애교 수준으로 만들어버렸다.

 “어째... 목소리가 하구미 짱이 아니라 히마리 짱인 거 같은데?”

 “하, 하구미 짱은 중요한 소프트볼 시합 중이라 나올 수 없어 대타로 히마리 짱한테 오늘 하루 하구미 짱 대타로 마리를 맡아줄 수 없냐고 부탁했어. 다행히 히마리 짱이 흔쾌히... 오케이해서 이렇게 됐어.”

 “카논... 그거 분명히 거대 로봇 조종을 하겠다는 오케이가 아니었지?”

 ”응. 상점가에서 인형탈 입고 풍선 나눠주는 이야기인 줄 알았을 거야...”

 울상이 된 히마리 짱의 표정이 눈에 선하다.

 “와! 마리 로봇이다!”

 “오↗↘↗!!! 빨리 대피하자니까!”

 타에 짱... 아직도 대피 안 했구나.

 그리고. 나는 내 발밑에서 고히 뻗어있는 괴도님을 응시했다.

 “여기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쓰러진 건 카오... 괴도님이신가?”

 “어라? 어디 아픈가? 마치 높은 곳에서 공연한 뒤의 카오루의 표정 같아.”

 하아... 높은 곳이 무서우면 이런 연출 시도하지 말지.

 내가 카논, 코코로 짱과 이런 대화를 하는 동안 미셸 로봇과 마리 로봇은 토끼 괴인과 격렬하게 다투고 있었다.

 “상점가의 곰돌이, 미셸로서 이 이상의 소동은 용납할 수 없어! 괴인 자식! 각오해라!”

 미사키 쪽은 왠지 이상한 스위치가 들어간 거 같다.

 우리도 구경만 할 수야 없지.

 “모두 ‘공연(합체 필살기)’을 하자!”

 ““““...!!””””

 내 제안에 모두 수긍했다. 공연... 그것은 우린 파스텔 레인저의 궁극오의를 말한다. 준비 과정이 있어 함부로 쓰지는 못하지만, 미셸 로봇과 마리 로봇이 괴인의 발목을 잡아준 지금이라면!

 “으아아아악!”

 미셸 로봇이 당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토끼 괴인의 속도에 지지 않고 싸웠으나, 결국 토끼 괴인의 커다란 귀의 잡혔고, 귀의 악력에 그대로 미셸 로봇이 으스러지더니, 그대로 내동댕이쳐졌다.

 “으아아아아앙~ 어떡하지! 나도 싸워야 하는데, 조금만 움직여도 주위가 과자처럼 간단하게 부서지잖아! 싫어~ 풍선이나 나눠주고 싶어!!”

 마리 로봇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압 말고는 쓸데가 없었다. 팔만 아등바등하기만 하고 아무런 공격도 하지 않았다. 아마 운전수가 초보인 히마리인데다가 몸이 워낙 거대해서 조금만 움직여도 주위가 무너진다는 생각에 발목이 잡힌 거겠지. 자신이 집 마당처럼 걸어다니던 상점가인 만큼 더더욱 쐐기가 강할 것이다.

 그래도 이쪽은 공연의 준비를 끝냈다. 우리 5인조는 각자의 악기를 들고 길거리 공연을 시작했다.

 “핫! 핫! 핫! 핫!”

 이것은 우리들의 최강의 필살기...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적에게 커다란 피해를 누적시킬 수 있는 곡...

 “결백함과 올바름으로”

 “의기 드높게”

 “때로는 대담한 발언”

 “““““전심전력으로!”””””

 “싸움은 절대로 안 돼”

 “어떤 일이든 화목하게 갑시다”

 “두말은 없습니다”

 “““““무사도!”””””

 이름하여 ‘천하통일 A to Z☆’.

 파스텔 톤의 빛깔이 강렬하게 토끼 괴인을 덮쳤다. 너무나도 광범위한 공격이었기에 토끼 괴인의 순발력과 속도로도 미처 피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약속된 폭발 엔딩. 괴인은 그렇게 퇴치됐다.

 마무리에 걸맞은 석양이 내려왔다. 일대의 파괴는 우리에게 힘을 준 정령의 힘으로 알아서 복구되니 크게 염려할 건 없었다. 내일도 하자와 커피점에서 카논과 수다를 떨 수 있겠지.

 “여, 치사토~”

 하아... 어느 새 카오루가 깨어났나 보다. 우리가 자리를 뜰 때까지 그대로 아스팔트 바닥에서 잠자는 왕자님 행세를 했으면 좋았을 텐데.

 “오늘도 너는 아름다구나. 벚나무 가지처럼 가련한 몸으로, 무시무시한 괴물과 맞서 싸워 이기다니 이 어찌 호화롭고, 호쾌한 영웅담이 아니겠는가. 셰익스피어 가라사”

 나는 보나 마나 쓸데없이 길기만 한 미사여구를, 덕지덕지 붙여놓은 헛소리를 늘어놓을 게 뻔한 카오루를 등진 채 아야 짱이 있는 곳으로 갔다.

 “치사토 짱~ 오늘 정말 지는 줄 알았어... 흑흑... 오늘은 특히 치사토 짱의 생일인데.”

 “후훗, 아야 짱 괜찮아. 결과적으론 우리가 이겼잖아? 날이 저물고 있긴 하지만 아직 날이 지나지는 않았어. 지금부터라도 나의 생일 파티를 하면 되는 거야.”

 나는 울상이 된 아야 짱을 위로했다. 정말이지 툭 하면 울음보를 터뜨리는 울보라니까.

 아아...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가 됐다. 온몸은 지쳤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이대로 잠들고 싶기도 하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내 생일은 더 이상 나만의 생일이 아니니까.

 “오늘 아가씨의 생일이야?”

 “이런, 1년에 한 번뿐인 그 날을 이렇게 흙투성이인 채로 보내게 할 수는 없지! 이보게, 모두들! 들었지?”

 “이 상점가를 구해준 보답, 생일에 대한 축하 모두 배 터지게 먹여줄게!”

 응? 우리들의 대화를 엿들은 시민... 상점가의 아저씨, 아줌마들이 갑자기 불타올랐다.

 “치사토의 생일 파티? 멋진걸! 우리들도 동참할게! 웃음꽃이 만발하는 최고의 파티를 해보자!”

 “하하... 나는 그만 이 슈트를 검은 양복의 사람들에게 맡기고 쉬러 가고 싶지만, 조금 더 힘을 내볼까.”

 뭔가 점점 이야기가 커지는 거 같은데...

 “정말 룽♪한 분위기야! 코코로 짱! 이대로 멋진 파티를 열자! 치사토 짱이 주인공인 파티!”

 “해피! 럭키! 스마일~!”

 “무사도! 우리들이 구해준 시민들의 보답... 이걸 거절하는 건 무사로서 수치!”

 “어어...? 어쩜 좋지? 치사토 짱? 마야 짱?”

 우리 멤버 쪽도 감화되기 시작했고, 이건 더 이상 거절하고 싶어도 거절할 수 있는 흐름이 아니었다.

 “하하... 저희들끼리 조촐하게 치사토 씨를 축하해주는 파티일 예정이었는데, 엄청난 인원수가 떠들썩하게 즐기는 큰 파티가 되겠지 말입니다.”

 “그러게. 그래도 괜찮아. 이 사람들도 우리의 팬이란 거니까. 아이돌인 이상 팬들의 열띤 잔치는 멋진 추억인걸. 그리고 봐. 우리들이 구해준 사람들의 미소, 이 미소들을 오랜시간 동안 볼 수 있다는 건 기쁜 일이잖아?”

 나는 흐뭇한 미소로 보았다. 오늘 우리가 구해준 미소의 수를. 자랑스러운 풍경을.

 나의 경우에는 어디까지 히어로로서의 일이었기에 최선을 다해 지켰을 뿐이지만, 이 미소에, 풍경에 감동하지 않을 정도로 마음에 피가 흐르지 않는 사람은 아니다.

 자, 오늘은 거창하게 즐겨볼까. 나의 생일을!

 “저, 저기... 코코로 짱? 나, 그만 여기서 나와도 되지? 나가는 방법, 모르겠으니까 가르쳐줘... 흑흑... 집에 돌아가고 싶어~”

 아, 마리 로봇을 잊고 있었네.

 

 상점가의 어른들이 신나게 떠들고 계셨다. 생일의 주역은 나인데도 본인들이 더 즐거워 보이셨다.

 중앙에는 고로케와 초코 소라빵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소프트볼 시합에서 돌아온 하구미 짱과 가족과 함께 대피했다 돌아온 사아야 짱이 자신들의 집이 만든 음식 홍보를 했다. 귀여워라, 후훗.

 다른 애들은 나의 생일 라이브를 했다. 코코로 짱과 아야 짱은 보컬, 카스미 짱은 기타 보컬, 타에 짱과 히나 짱, 카오루 짱은 기타, 리미 짱과 히마리 짱은 베이스, 아리사 짱과 이브 짱은 키보드, 미셸(미사키 짱)은 DJ, 드럼은 마야 짱이었다.

 히마리 짱 외에도 상점가 출신인 Afterglow의 모두도 와있었다. 란 짱은 히마리 짱을 응원하고 있었고, 모카 짱은 란 짱 옆에서 멜론빵을 먹고 있었으며, 토모에 짱은 큰북을 치고 있었고, 츠구미 짱은 분주하게 사람들에게 하자와 커피점의 음료나 디저트를 옮기고 있었다.

 나는 카논과 함께 느긋하게 하자와 커피점의 차와 디저트로 티타임을 즐겼다.

 “치사토 짱, 정말 즐거운 생일 파티가 됐네.”

 “응. 아이돌도 히어로도 되기를 잘한 거 같아.”

 설마 내 생일 파티가 이렇게 동네 하나가 떠들썩하게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될 줄은 몰랐다.

 기대했던 느긋함은 멀어지다 못해 잠들어버렸지만, 그래도 뭐 이것도 나쁘지 않네.

 “여~ 치사토.”

 내가 그렇게 감탄하던 중에, 라이브 중 카오루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그냥 연주만 하지.

 “이 세상에 네가 태어났다는 것을 감사해하고 있단다! 장미는 사랑의 꽃... 덧없음의 상징. 그 장미를 너에게 어울리는 색으로 물들여보았다.”

 카오루가 나에게 꺼낸 건 장미였다. 그것도 파스텔 색상의 장미였다.

 물론 이런 장미는 자연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흰 장미를 염색하는 등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장미. 카오루이니 분명 수제겠지.

 ...더 이상 카오 짱만의 조촐함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네.

 “나의 특제 장미... 너와 장미의 모든 매력이 혼합된 특제 장미다. 부디 이 장미를 공주님의 머리에 직접 꽂는 영광을 허락해주겠나.”

 기쁘다. 다만 이 장미를 더 기쁘게 받는 아이디어가 내 머릿속에서 번뜩였다.

 ...카오루의 얼굴이 기대되는걸.

 “옛날 호칭으로 불러주면서 꽂아주는 거라면 허락해줄게. 오늘은 생일이라 마음이 넓거든.”

 “...”

 카오루의 얼굴이 굳었다. 살짝 빨개지는 것 같기도 하고. 아, 이거다, 이거. 내가 보고 싶었던 카오루의 가면 속 민낯.

 “...그 영광은 카논에게 양보하도록 하지. 카논 받아가 공주님의 머리에 꽂아주겠니?”

 “에, 에에?”

 역시 생각대로 넘어가주지 않는구나. 아아~ 그래도 오랜만에 카오루의 당황하는 민낯을 보니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