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가 지났다.

 

 

, 그건 그거고 밴드에 대해 SNS에 이것저것 올려봤거든.”

 

 

토우코는 SNS에서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 중.

그녀가 글을 올리면 하트가 달리는 건 시간문제.

아마 그녀가 의상, 액세서리 등등을 코멘트하는 인플루언서인 탓이 크겠지.

 

 

. 연습 때 사진이 잔뜩 있네… 여기는 동영상도. 댓글이 많이 달려 있어.”

 

 

마시로가 댓글들을 확인했다.

 

 

-카일1130: 다 좋은데 말이야… 보컬만 없으면 좋겠군.

2004JMS: 인정! 진짜 보컬 음색이 너무 불안정하잖아.

common: 꼭 저렇게 노래 못 부르는 사람이 나중에 사창가 가서 몸 팔더라.

해피넬 왕국 국민: 이것들아 중립 기어 박아!! 너희 그러다 고소 먹어!!

 이상한 댓글 보면 짖는 강아지: 왈왈왈!!!

작가: 제발 댓글 달아줘요 엉엉.

 감자머리: 갑자기?

 

 

.”

 

 

마시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댓글이 전부 다 자신에 대한 폄하 때문이었다.

 

 

!!”

 

 

토우코가 그녀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는 걸 깨닫자 황급히 화면을 껐다.

 

 

, 어쨌든! 이걸 본 사람이 라이브 이벤트에 나와 보지 않겠냐고 물어봤거든.”

 

 

라이브 이벤트!?”

 

 

나나미와 마시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최근에 결성된 밴드를 모아서 하는 이벤트래. 우리도 충분히 연습했으니 슬슬 라이브 해보고 싶지 않아?”

 

 

와아, 좋아! 라이브 기대된다~!”

 

 

.”

 

 

창밖을 바라보며 침묵을 유지하는 츠쿠시.

아까부터 그런 상태인데 왠지 좀 이상했다.

 

 

저기, 후타바 씨. 무슨 생각하고 있어?”

 

 

? . 일이 너무 잘 풀리고 있다는 생각.”

 

 

?”

 

 

그야 교실을 되찾았고 야시오 씨가 작곡한 곡을 우리가 연주하잖아?”

 

 

츠쿠시의 말마따나.

학생회에게 빼앗긴 교실을, 신청서를 다시 써서(교실을 쓸 땐 학생회 사람이 입회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되찾았고.

덤으로 루이가 옛날에 만들었던 곡을 그녀들에게 준 동시에 거의 밴드에 가입한 꼴이 됐다.

 

 

오히려 좋은 거 아니야? 이건 신이 돕고 있는 걸지도 몰라!”

 

 

신이라.”

 

 

미묘하지만 츠쿠시의 표정이 약간 구겨졌다.

 

 

어쨌든 음악제 전에 라이브의 느낌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어.”

 

 

라이브.”

 

 

마시로는 포피파의 라이브를 상기했다.

 

 

, 나도 그 반짝거렸던 무대에 서보고 싶어!”

 

 

아하하, 웬일로 쿠라타도 의욕이 생겼네. 그럼 정해진 걸로 하고 연락해 놓을게.”

 

 

, 잠깐. 라이브에 나가는 거라면 밴드 이름도 생각해야지.”

 

 

그래, 밴드 이름.

이제 막 결성된 밴드가 맞이하는 첫 번째 관문.

어쨌든 그녀들은 밴드 이름에 대한 전쟁을 시작했다.

 

 

* * *

 

 

시간은 계속 흘러, 라이브 당일이 됐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츠키노모리(임시)입니다!”

 

 

정해진 밴드 이름은 츠키노모리(임시).

 

 

사실 이번이 첫 라이브인데 진짜 지구가 떨릴 만큼 뜨거운 라이브를 할 테니 잘 부탁해!”

 

 

지구가 떨리는 건 너무 갔어, 토우코.

 

 

~ 어흠. 우선 저희 오리지널 곡부터 들어주세요.”

 

 

츠쿠시의 말이 끝나고 그녀들의 오리지널 곡, <Daylight 데이라이트->의 전주가 시작됐다.

 

 

으으… 무대 위에서 보니 관객, 정말 많이 왔어.’

 

 

마시로의 감상은 그러했다.

하지만 연습은 잘했으니 평소대로 하면 괜찮을 것이다.

 

 

게다가 여긴 그때 본 반짝거리며 빛나는 무대 위니까!’

 

 

전주가 끝나자 마시로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 *

 

 

라이브를 끝마친 후.

 

 

, 왜 그래 모두? 아까부터 계속 조용한데?”

 

 

망했다.

그 어떤 수식어도 붙일 필요 없이 망했다.

연습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결과는 망했다.

관객 한 명 호응도 해주지 않고 망했다.

 

 

아니, 왠지 다른 밴드의 라이브가 엄청 신 났던 것 같아서.”

 

 

.”

 

 

마시로는 침묵을 유지했다.

망한 원인은 다름 아닌 마시로 본인이니까.

 

 

연주라면 우리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해.”

 

 

츠쿠시가 마시로를 바라보며 조금 미소했다.

 

 

하지만 라이브의 박력이랑 열기 같은 거? 우리랑 전혀 다르지 않아?”

 

 

다른 밴드들은 조금의 박수 정도 나왔는데.

 

 

생각해 봤는데 토우코 짱의 친구가 없어도 우리 라이브가 제대로 신 났을까?”

 

 

마시로의 말마따나.

토우코는 자기 친구들을 라이브에 초대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다른 밴드들에게만 좋게 돌아갔다.

 

 

.”

 

 

토우코가 낮은 탄성을 터뜨렸다.

 

 

, ! 지금부터야! 그렇게 침울해져도 소용없어!”

 

 

그녀가 무거운 분위기를 환기했다.

 

 

그래, 그런 의욕이야. 기운 내자!”

 

 

나나미도 거들었다.

 

 

정말 괜찮은 걸까?”

 

 

그거 플래그야, 마시로.

 

 

* * *

 

 

다음 날.

 

 

.”

 

 

나도 열심히 했는데.’

 

 

토우코가 어제 했던 라이브를 평가하는 댓글을 읽어주고 있었다.

 

 

열심히 하면 나도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아무도 마시로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아무도.’

 

 

-덥석.

 

 

?”

 

 

츠쿠시가 마시로의 어깨를 잡았다.

 

 

이런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 맞아! 시로 짱이 잘못한 게 아니라 보컬이 눈에 띄기 쉬운 것뿐이니까.”

 

 

아무튼 연습. 연주를 연마하는 게 우리가 할 일.”

 

 

츠쿠시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마시로가 폭탄선언을 했다.

 

 

난 이제 밴드 하기 싫어.”

 

 

?”

 

 

일동, 경악.

 

 

그야, 열심히 해봤자 이런 소리나 듣는걸? 많이 연습하고 라이브를 위해 준비도 했는데. 이런 생각을 할 바에는 밴드 따위 하기 싫어.”

 

 

괜찮아. 연주에 눌려서 보컬이 안 들렸던 점도 있으니까.”

 

 

츠쿠시가 은근슬쩍 토우코를 디스했다.

 

 

, 그건… 그러면 토우코 짱만 해도.”

 

 

? ?”

 

 

틀린 부분이 잔뜩 있었고, 소리도 모두랑 어긋났고… 나도 그것 때문에 끌려 다녔던 것 같은데.”

 

 

그건 그렇지만… 나 때문이라는 거야?”

 

 

그리고 후타바 씨만 해도 곤란할 때 맡겨달라고 해놓고서는 도와준 적도 없고.”

 

 

시로 짱, 그런 말은 하면 안.”

 

 

그러니까 열심히 해봤지만 불안정한 것들을 확 잡는 건 무리야.”

 

 

그래? 그럼 그만둬도 돼.”

 

 

! , 후타바 씨?”

 

 

남 탓하는 사람은 좀 역겹거든. 나가고 싶으면 나가.”

 

 

, 어이 후타바!”

 

 

. 잘못 말했다. 미안해 쿠라타 씨! 이건.”

 

 

됐어. 내가 필요하지 않으면, 나가줄게!”

 

 

마시로가 학교를 뛰쳐나갔다.

 

 

* * *

 

 

마시로는 학교보다 더 먼 곳에 있었다.

학교에 다시 돌아가고 싶었지만 돌아가면 땡땡이를 친 걸로 간주해서 벌점을 받게 되니까.

땡땡이 한 번 쳤다고 해서 징계는 안 받겠지.

 

 

하아.”

 

 

-끼익끼익.

 

 

그네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적막한 놀이터를 가득 채웠다.

 

 

사과하고 싶어. 아무래도 이건 너무 심한 것 같으니까.”

 

 

그 순간.

 

 

하고 싶으면 하지그래?”

 

 

!”

 

 

목소리가 들려온 쪽을 바라보았다.

철봉에서 턱걸이를 하고 있던 남성이었다.

 

 

당신은.”

 

 

애초에 있는 줄 몰랐다.

 

 

숨소리도 안 들렸으니까.’

 

 

턱걸이를 하면 적어도 지친 숨소리를 내뱉을 텐데?

 

 

나는 <모리오카 츠카사>.”

 

 

그가 턱걸이를 멈추며 마시로에게 다가왔다.

 

 

?”

 

쿠라타 마시로.”

 

 

나이는 자신보다 연상으로 보였다.

붉은색 동공과 왼손 약지에 낀 사파이어 반지가 눈에 띄는 남성.

 

 

근데 왜 여기 있는 거야?”

 

 

친구들하고 싸웠어요.”

 

 

아하. 그래서 그런 거였군.”

 

 

츠카사가 옆 그네에 앉았다.

 

 

앉아도 되지?”

 

 

. 그래도 돼요.”

 

 

어쨌든, 왜 싸웠는지 말해줄 수 있어? 말하기 싫으면 안 말해도 돼.”

 

 

저기.”

 

 

? ?”

 

 

연인도 있으시면서.”

 

 

그의 반지를 가리켰다.

 

 

그런 사람 이제 없어.”

 

 

그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 죄송해요! 괜한 걸 물어봤어요!”

 

 

이미 이 세상에, 없으니까.”

 

 

.”

 

 

어찌 이런 비련한 사람이 다 있나.

분명 손에 낀 반지는 그녀를 잊지 않기 위함일 테지.

 

 

걔가 유언으로 뭘 말한 줄 알아?”

 

 

뭔데요?”

 

 

너처럼 고민이 있는 것 같은 사람을 보면 주저 없이 도와주라고.”

 

 

게다가 은근 로맨틱하기도 하고.

 

 

지금껏 세 사람의 고민을 해결해줬어. 너까지 하면 이제 넷이야.”

 

 

.”

 

 

어때?”

 

 

내 고민을 말하면, 바로 해결해 줄지도 몰라!’

 

 

!”

 

 

그가 싱긋 웃으며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아직 말하지 말란 뜻이었다.

 

 

내가 아는 카페에서 천천히 얘기하자. 도착할 때까진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

 

 

* * *

 

 

그곳에 가는 동안, 마시로는 츠카사와 여러 얘기를 나눴다.

그와 동시에 그에 대한 경계도 조금 약해졌다.

 

 

다룰 줄 아는 악기가 두 개 이상이라니. 굉장해요, 모리오카 씨!”

 

 

. 드럼하고 기타는 완벽히 알아. 내 소중한 사람들이 가르쳐준 거니까.”

 

 

그가 반지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 한 명은 잘 살아있는데 못 찾아가겠어.”

 

 

왜요?”

 

 

… 걔 얼굴 볼 용기가 안 나서 그러는데, 다 왔다.”

 

 

도착한 곳은 으슥한 뒷골목.

카페고 나발이고 그냥 장기매매 조직의 아지트가 따로 없었다.

정말 이 안에 카페가 있을까?

 

 

떨지 마. 도시 속에 숨은 맛집으로 생각해 절대 이상한 곳 아니라고.”

 

 

, 그렇겠죠. 모리오카 씨는 착해 보이니까.”

 

 

하하. 그럼 들어가자.”

 

 

-끼이익.

 

 

칠판 긁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카페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

 

 

마시로는 당황했다.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저기… !”

 

 

츠카사에게 밀쳐졌다.

 

 

아파.”

 

 

무릎을 매만지며 일어섰다.

 

 

모리오카.”

 

 

그곳에 있는 건 츠카사가 아니었다.

 

 

안녕. 쿠라타 씨. 사람을 너무 신용하면 이렇게 되는 거, 이제 알았지?”

 

 

츠쿠시였다.

 

 

, 후타바 씨가 여긴 왜.”

 

 

눈치가 이렇게 없었을 줄이야.”

 

 

츠쿠시가 손을 위로 들어 올리자.

 

 

-끼익! !!!

 

 

문이 세게 닫혔다.

 

 

-화륵!

 

 

벽에 걸려 있던 촛불에 불이 붙으며 내부가 환해졌다.

 

 

뒤돌아봐.”

 

 

!!!”

 

 

토우코, 나나미, 츠쿠시, 루이가.

 

 

, 이게 대체.”

 

 

싸늘한 주검이 된 채 쓰러져 있었다.

 

 

네가 떠난 후에 내가 다 죽였지.”

 

 

츠쿠시로 변신한 츠카사, 나이트메어가 해맑은 웃음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츠쿠시의 모습으로 죽이니까… 왠지 좀 재밌던걸?”

 

 

, 아아.”

 

 

마시로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속에서 무언가가 나오려고 하는 것을 억눌렀다.

 

 

이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안 도망쳤다면 안 죽였어.”

 

 

죄책감이 마시로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네가 책임을 져야지?”

 

 

마시로의 정신이 불안정했다.

 

 

! , 엄청난 불안정. 이거다!”

 

 

그저 얕은 신음만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

 

 

크흠. 내 친위대가 돼서 걸즈 밴드를 짓밟는 게 책임을 지는 거야. 재기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이게 그녀의 유언이었으니까.”

 

 

보라색 빛을 영롱하게 내뿜는 클리파가 마시로의 가슴에 꽂히려는 순간.

 

 

아아아아!!!!”

 

 

마시로가 절규했다.

 

 

, 깜짝이야!”

 

 

그 때문일까.

나이트메어가 클리파를 놓치고 말았다.

 

 

사과하고 싶었어!!’

 

 

그러기도 전에 그녀들이 죽는 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사과하지 않아서 마음의 응어리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데.

 

 

다시 한 번. 내게 기회가 있다면!!’

 

 

그땐, 그녀들에게 무턱대고 막말을 하지 않기로 다짐ㅡ

 

 

* * *

 

 

[릴리스의 기억을 전부 읽었습니다.]

 

 

[스킬, 클리파의 합일을 중지합니다.]

 

 

빛이 알파의 몸을 휘감았다.

 

 

.”

 

 

알파를 감쌌던 빛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잠깐.”

 

 

알파는 예상했다.

클리파의 합일이 중지되면 돌아오게 될 장소가 원래 있던 곳이란 걸.

근데 아니었다.

 

 

뭔데 여기.’

 

 

보이는 건 온통 암흑뿐.

 

 

야간 투시 모드 작동.’

 

 

어차피 야간 투시 기능 앞에선 암흑도 알파에겐 무용지물.

 

 

, 뭐야.”

 

 

시야가 확 트이자 보이기 시작한 건.

 

 

-띠링.

 

 

[긴급 퀘스트 발생!]

 

 

하늘을 수놓은 오로라.

지면을 수놓은 꽃밭.

그 꽃밭 위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나비 무리.

그리고.

 

 

[릴리스의 매개체, 쿠라타 마시로의 영혼을 해방하십시오!]

 

 

[해방하지 못하면 두 번 다신 릴리스를 대상으로 한 클리파의 합일을 발동할 수 없고, 가말리엘의 완전한 힘을 개방할 수 없습니다.]

 

 

[쿠라타 마시로의 영혼도 해방되지 못하게 되며 그녀는 영원히 릴리스로 살게 되거나, 또는 죽게 됩니다.]

 

 

[퀘스트 난이도: S]

 

 

[제한 시간; 20분 00.]

 

 

꽃밭 중심에 있는, 사지가 사슬에 묶인 마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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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오늘이 모의고사인데 글을 쓴 나는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