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2일의 밤, 나는 좋아하는 공포영화들을 몰아보았다. 그러다가 잠에 들었는데... 그 때 꾼 꿈은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타닥타닥. 아리사 짱의 분재들이 땔감이 되어...

 화르르 활활. 야마부키 베이커리를 불태우고...

 노릇노릇. 오타에 짱의 토끼들이 그 불 위에서 구워지고...

 우걱우걱. 카스미 짱의 여동생인 아스카 짱이 그 토끼 고기를 싫은 표정으로 먹고 있었으며...

 우호우호. 카스미 짱, 오타에 짱, 사아야 짱, 아리사 짱이 동물 가죽을 옷처럼 걸친 채 아스카 짱 주위에서 정체불명의 울음소리를 내며 춤을 추고 있었다.

 그야말로 정체불명, 의미불명의 악몽이었다.

 

 하나사키가와 여학원의 점심시간.

 포피파 멤버들은 여느 때처럼 학원의 풀밭 위에서 점심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고 말이지... 아스카 짱이 완식하고 났을 즈음에 꿈에서 깼어...”

 나는 포피파의 모두한테 오늘 내가 꾼 꿈에 대해 말했다.

 “그거 참 이상한 꿈이네. 토끼... 불쌍해.”

 오타에는 토끼의 취급에 대한 의견을 말했다. 토끼를 정말 좋아하니까.

 “어쩌지~ 아리사. 아스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는 예지몽인 걸까.”

 “혹시 모르니까 오늘은 집에서 불조심을 철저히 해야겠는걸.”

 카스미 짱과 사아야 짱은 내 꿈을 무언가의 불운을 예고하는 예지몽으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하아...”

 아리사 짱은 왠지 모르겠지만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어째서인 걸까?

 “저번에는 단체로 점프하다가 서클이 무너져 내리는 꿈을 꿨다고 하지를 않나, 저저번에는 우리 집 창고가 미로로 변해서 우리들이 갇히는 꿈을 꿨다고 하지를 않나, 저저저번에는 자신이 초코 소라빵이 되는 꿈을 꿨다고 하지를 않나, 저저저저번에는 내 집이 밀림이 되는 꿈을 꿨다고 하지를 않나. 악몽만 꾸고 있네! 이번에는 아주 독보적일 정도로 괴기스럽고! 리미링, 대체 무슨 공포영화를 보고 다니는 거야!”

 “어어... 꽤 매니아 취향의 물건을 보고 있긴 해.”

 사실 악몽은 요즘 들어 자주 꾸었다. 내용은 제각각.

 초코 소라빵이 되는 꿈은 충격적이라 당분간 초코 소라빵을 먹는 걸 줄이자고 다짐하기도 했는데 결국 줄이지는 못했다.

 “요새 리미의 기가 약한 걸까. 기가 약하면 악몽 꾸기 쉽다고들 하잖아.”

 “그, 그런 걸까. 오타에 짱 말대로 요즘 기가 약한 거 같지도...”

 공포 영화에서도 흔히 나오는 설정이긴 하지. 귀신 같은 것에 씌어서 기가 약한 등장인물.

 실제로 귀신에게 씌인 거라면 재밌을지도.

 “그렇지만 리미링 저렇게나 초코 소라빵을 먹는걸. 그런데 기가 약할 수가 있나?”

 “사아야네 초코 소라빵이 무슨 원기회복제냐?!”

 “하하, 고마운 이야기지만 아쉽게도 우리 집 초코 소라빵엔 그런 효능은 없어. 초코가 들어간 덕에 당분 보충은 되겠지만.”

 “그, 그래도 사아야 짱네 빵 먹으면 엄청 기운이 나는걸.”

 지금도 점심용 초코 소라빵이 6개 정도 남았는걸.

 “아무튼 리미링이 꾼 꿈은 빼박 개꿈. 리미링 너도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우리 집 분재는 땔감이 되는 일이 벌어질 리가 없잖아.”

 “아, 아리사도 불안해하는구나!”

 “불안해한 적 없어!”

 후훗, 카스미 짱과 아리사 짱의 이 대화 흐름. 몇 번을 봐도 가슴이 흐뭇해진다 말이지.

 “아무튼!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선물 건넬 시간 다 가겠네. 자, 빨리 모두 가방에서 선물 꺼내 리미링에게 선물하자고.”

 “서, 선물?! 벌써?”

 오늘이 내 생일인 건 당연히 알고 있다. 모두가 내 생일을 잊고 있지 않은 것 역시. 애초에 오늘 아리사 창고에서 내 생일 파티를 열기로 미리 이야기되어있었다.

 그래도 선물을 준다면 오늘 창고에서 모일 때라고 생각했다. 거기서라면 파티와 함께 자연스럽게 선물을 줄 수 있을 테니까.

 “카스미가 리미를 깜짝 놀래키기 위해 지금 선물을 주자고 했어.”

 “서프라이즈 대성공이었을까? 예이~!”

 “예이~”

 “다들... 정말 기뻐!”

 모두가 어떤 선물을 미소와 함께 전해줄까? 기대된다.

 

 방과 후. 평소대로의 하굣길을 걸어가며 가방 속의 포피파의 모두가 준 선물을 기쁘게 주물러 보았다.

 아리사 짱은 학생회의 남은 일 때문에 늦는다고 해서 사아야 짱과 오타에 짱, 카스미 짱과 함께 먼저 아리사 짱 창고에 가 있을 생각이다.

 “사아야 짱은 이번 문화제가 기대되지?”

 “응. 작년에는 정식 포피파 멤버가 아니라서 제대로 준비 못했으니까 이번 1주년 라이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고 싶어.”

 “나도, 나도! 나도 사~야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문화제에서 함께하고 싶어!”

 잡담을 나누던 중 메일이 와서 나는 메일을 확인했다.

 “히마리 짱이 메일로 유명한 디저트 집 쿠폰을 보내줬어. 생일 선물이래.”

 “헤에~ 좋겠다.”

 “오타에 짱도 나중에 함께 갈래?”

 그렇게 평범한 하굣길이 될 줄 알았는데...

 “리~~~~미!”

 탁 트인 길 위에 놓인 커다란 검은 차... 그 차의 천장이 갑자기 열리더니 천둥 같은 코코로의 호령과 함께 헬로해피의 모두가 라이브 복장과 악기를 든 채 튀어나왔다.

 “생일 축하해! 이건 헬로해피가 주는 선물이야! 건강한 웃는 얼굴로 지켜봐줘! 자, ‘호화! 호쾌!? 팬텀 시프!’!”

 “우와, 돌발적이네! 코코롱!”

 “뭐, 코코로?! ‘내 마음은 초코 소라빵’ 헬로해피 풍부터 하기로 했잖아. 아, 정말! 순서 좀 지켜...”

 “후에에엥?!”

 “하하, 덧없네.”

 그렇게 하굣길 중에 느닷없이 헬로해피에게 깜짝 길거리 라이브를 선물로 받았다. 헬로해피답게 각종 아름다운 라이브 효과로 치장된 호화스러운 라이브였다.

 당연히 주변을 지나던 다른 사람들도 지나가다 멈춰 헬로해피의 라이브의 관중이 되어갔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깜짝 라이브는 잠시 늦을 예정이었던 아리사 짱이 합류했을 정도로 이어졌다. 아리사 짱은 헬로해피의 기습 깜짝 라이브 사실에 ‘여전히 참 터무니없는 일을 당연하다는 듯이 벌이네’라고 헛웃음을 보였다.

 “리미! 정말 멋진 웃는 얼굴이야!”

 “고마워! 코코로 짱! 카오루 씨! 하구미 짱! 카논 선배! 미사키 짱!”

 “미 군? 미 군도 있는 거야?”

 정말 행복하다. 이런 선물을 받게 되다니...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이다.

 주위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된 걸 뺀다면 말이다. 라이브에서 관중의 시선을 많이 마주하기는 하지만 그건 사전에 사람 인을 엄청나게 삼키고 준비한 결과였다. 준비도 없이 이렇게 많은 사람의 시선에 사로잡히는 건...

 그 후로 헬로해피 멤버들에게 따로따로 선물을 받았다.

 “엄~청 커다란 초코 소라빵 쿠션이야!”

 “코코로 짱, 고마워! 엄청 커다래...!”

 “사~야! 진짜 저만한 초코 소라빵을 만들어보는 거 어때?”

 “하하, 반죽이 오븐에 안 들어갈 테니까 무리겠는걸.”

 코코로 짱에겐 엄청 커다란 초코 소라빵 모양 쿠션을 받았다. 두 손으로 겨우 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키타자와 정육점의 특제 초콜릿 고로케! 안에 초코가 들어가 있어! 감자의 맛있는 촉감과 초코의 단맛의 밸런스가 발군이야!”

 “하구미 짱, 고마워! 고맙게 잘 먹을게!”

 “초콜릿 고로케라니... 무슨 괴식인 거냐고...”

 하구미 짱에겐 특제 초콜릿 고로케가 든 봉투를 받았다. 코코로 짱이 준 선물로 손이 꽉 찬 관계로 대신 아리사 짱이 받았다.

 “리미, 생일 축하해. 이건 호박을 뒤집어 쓴 제이슨 모양 양모 펠트.”

 “와아, 호박 모양이 미셸이네. 고마워, 미사키 짱.”

 “어라? 그러고 보니, 미 군은 어디에 간 거야? 라이브 하기 전까지 있었는데.”

 “리미링~! 내가 가방에 달아둘게.”

 미사키 짱에겐 제이슨 모양 양모 펠트 인형을 받았다. 부드러운 양털로 귀엽게 표현된 전기톱이 인상적이었고, 표현 뒤집어쓴 호박의 표정은, 미셸이라 매우 사랑스러웠다. 그 양모 펠트는 카스미 짱이 내 가방에 달아줬다.

 “리미 짱, 빨간 장미와 함께 이 선물을 전하지.”

 “캬아아아! 카오루 씨의 시집!”

 “리미 짱이 좋아하는 초코 소라빵을 소재로 시를 써봤다.”

 카오루 씨한텐 새로운 자작 시집을 받았다. 초코 소라빵을 카오루 씨의 감미로운 필력을 통해 맛볼 수 있다니... 신과도 같은 물건이야!

 시집은 카스미 짱이 내 가방에 넣어뒀다.

 “리미 짱, 나는 맛있는 홍차를 준비했어.”

 “고마워요, 카논 선배!”

 카논 선배에겐 홍차를 선물 받았다. 정말 최고로 멋진 생일이 될 거 같다.

 

 아리사네 창고. 나는 코코로 짱이 준 쿠션을 꼭 끌어안은 채 곧 맞이할 생일 파티의 광경을 기대하고 있었다.

 분명 오늘의 생일을 행복하게 마무리 지을 최고의 이벤트가 될 것이다.

 “오늘도 창고에 모이는 게냐?”

 마당에는 아리사 짱네 할머니가 계셨다. 우리들은 예의 바르게 인사를 했다.

 그런데... 닫혀 있는 아리사네 창고의 문이 끼익... 하고 저절로 열렸다.

 어라? 아리사 짱도 아리사 짱네 할머니도 모두 여기 있고 계시는데, 안에 있는 건 누구지?

 쿵! 쿵! 동시에 안에서 마치 도끼로 뭔가를 찍어내는 듯한 소음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 쿵 소리는 점점 강해지고...

 문 틈으로 누군가가 불쑥 튀어나왔다.

 “Here’s Nanamiii!”

 “나, 나나미 짱?!”

 “헤헤, 히로마치 식 샤이닝 풍 인사랍니다~”

 그 누군가는 바로 나나미 짱이었다.

 “으아아아아아! 놀라게 하지 좀 마! 나나미 짱! 남의 집에서 계획에도 없던 서프라이즈를 할 거면 미리 말해두라고!”

 아리사 짱이 놀라서 자빠졌다. 아무래도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이벤트였나 보다.

 “할머니! 할머니는 알고 있었지!”

 “그래... 내가 바깥에 있지 않으면 내가 창고 안에 있을 거라고 여기게 될 거라고 해서 말이지. 그럼 나는 이만 안으로 들어가마.”

 아리사 짱네 할머니까지 끌어들인 이벤트였구나. 정말 대단하네, 나나미 짱...!

 “있지, 나나미 짱. 아까 그 소리는 뭐였어?”

 “아아, 그건 록 짱이 안에서 녹음된 소리를 틀어준 거예요~ 록 짱~ 이제 나와도 돼.”

 “네에...”

 나나미 짱이 나온 문으로 록 짱이 조심스럽게 등장했다. 록 짱도 있었구나.

 “포피파 여러분! 죄송해요! 깜짝 놀라게 해서!”

 “아냐, 록 짱. 재밌는 연출이었어!”

 록 짱은 우리를 보자마자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마음 약한 록 짱에게 있어선 죄책감이 느껴지는 행위였던 걸까.

 “실제로 문을 부수는 식으로 진심으로 재현하는 게 더 긴장감 넘치는 연출이 됐을까요~”

 “하게 두겠냐! 남의 집을 뭘로 보는 거야!”

 “맞아, 나나미. 여긴 미래의 하나조노 랜드가 입주할 거니까 소중히 다뤄야 한다고.”

 “오타에도 허튼소리에 동참하지 마!”

 후훗, 시끄러운 분위기가 행복하게 느껴진다.

 “록 짱은 라이브에서는 광전사 같은 모습인데, 평소 모습은 귀여운 소동물 같은 모습이네.”

 “맞아, 맞아. 그런 느낌이지.”

 “엄청 공감해.”

 나나미 짱이 던진 록 짱의 평가에 카스미 짱과 나는 공감을 표현했다.

 “라, 라이브에서는 라스의 분위기에 업혀서 다른 내가 된다고 할까...?”

 “파레오 짱한테 들었어. 문화제에서의 깜짝 기타 연주 영상이 츄츄 짱에게 눈에 띄어서 납치되듯이 오디션을 봤다며? 라스에 들어오기 전부터 그랬던 거 아니야?”

 “맞아, 그랬지! 그 때 굉장했어!”

 “과한 칭찬이에요...”

 그나저나 나나미 짱과 록 짱이 미리 와있었다는 건 뭔가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걸까?

 “혹시 우리가 오는 동안 록 짱과 나나미 짱이 파티 준비를 하고 있던 거야?”

 “응. 사전에 요리 준비만 해두기로 했지. 장식은 어제 카스미나 오타에, 사아야와 함께 미리 해뒀어. 자, 빨리 내려가서 파티를 시작하자.”

 아리사 짱은 걸음을 재촉하며 창고 안으로 들어갔다. 아리사 짱도 분명 기대되는 거겠지. 축하받는 사람뿐만 아니라 축하하는 사람도 즐거운 생일 파티를...

 

 각종 생일 이벤트가 모두 마무리가 되고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정말 최고의 하루였다. 오늘은 분명 악몽을 꾸지 않으리란 확신이 들 정도로 최고의 하루였다.

 아리사 짱네 창고에서는 추가로 언니네 밴드 멤버의 선물도 받았다. 바빠서 올 수 없는 몸이라 선물만이라도 카스미 짱네에게 미리 보내뒀다고 한다. 직접 얼굴을 보지 못한 게 아쉽지만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안에서는 사아야 짱네 부모님과 사아야 짱이 큰 맘 먹고 만들어준 극상의 초콜릿 생일 케이크가 있었다. 데코로 베이스 모양 초콜릿과 초코 소라빵 모양 초콜릿이 나란히 놓여있었다. 맛의 감상은 치아가 흔들릴 것 같이 굉장한 단맛이 폭풍처럼 입 안에서 돌고 도는 행복한 맛이었다. 

 이불을 덮고 잠을 청하고자 침대에 누웠다. 동시에 다음 생일 카운트를 처음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오늘 내 즐거운 생일이 끝나가는 건 아쉽지만, 올해는 이 생일 이벤트 말고도 즐거운 이벤트가 잔뜩 있으니 별 거 아닐 것이다.

 카스미 짱 생일도, 아리사 짱 생일도, 사아야 짱 생일도, 오타에 짱 생일도 있고.

 오늘 선물을 준 모두의 생일도 있고.

 그리고 포피파 결성 1주년이 될 문화제 날도 있... 응?

 잠깐만... 아직 포피파 1주년이 오지 않았지? 2학년 문화제를 한 적이 없으니까...

 근데 록 짱이 라스에 들어간 건 분명 문화제 때의 기타 연주로 츄츄 짱의 눈에 띄어서이고, 그럼... 지금의 록 짱은 대체?

 “어라? 어라...??”

 어떻게 된 거지?

 

 나는 그 날도 악몽을 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