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량이 많아....??"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되묻는다.



"그렇다니까, 지금은 배나 항공기가 없어 

다만, 돈을 두 배로 준다면 배나 항공기가 생길지도?"



"하....참내, 이 새끼가...."

라고 말 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다.



나는 정보를 캐기 위해

인내심을 가지며 접근했다.



"아, 그래~? 얼마 주면 되지?"



"브랜드, 기종, 용량, 색상 말해주면 견적 짜서 알려줄게"



"삼성, 갤럭시 S24 Ultra, 1TB, 티타늄 그레이 색상으로"



"음....접수했고 출고가 1739달러(237만원)에 

운송 수수료 143달러(19만 4980원) 포함해서 따블로 주면 돼"



"그래서 총합 3764달러(513만원)?"



"운송료 선입금하면 나머진 공항 밖에서 받지"



"일시불로 줄테니까, 그냥 전액 현금으로 줄게 괜찮지?"



"이쯤되면 대부분 망설이던데 넌 시원하네, 그럼 내일 저녁 

9시 35분에 공항 105번 게이트 밖에서 보자고"



"단, 동행자 없이 혼자 와야된다. 그럼 ㅂㅂ"



통화를 시작하며 처음부터 녹음을 시도했기에

여태 한 통화는 녹음되고 있었다.



굳이 혼자 오라는 말을 내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거래가 파토될 때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패거리가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상대는 혼자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밀거래 일당들에게



밀거래 행적과 범죄단체조직죄, 

출입국관리법위반죄를 적용했다.



현장에 잠입해야겠다는 생각은 증상없는 

오래된 암처럼 마음 속에서 응어리져 있었는데



거래 팁 게시글이 올라오고 구매 약속을 잡아내자 

순간 암의 응어리가 폭발해서 빛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법도 어겨가면서까지 비인가전자기기를 

구매하려는 그녀들을 보며 나는 분노했다.



무엇이 함선소녀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함선소녀들이 시세보다도 비싸게 물건을 

구입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미간이 좁아졌다.



국방모바일보안이 뭐라고

나를 속이면서까지 물건을 구매한단 말인가



곁눈질을 하며 다시 한번 게시글을 살핀다.



[추천:498개] [비추천:0개]



하지만 가장 화나는 것은, 이 사실을 알면서도 누군가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다는 사실. 그게 나를 가장 화나게 만들었다.



글의 추천 수는 동의하는 함선들이 많다는 것이니

지금의 난 내 부하인 함선 조차 신뢰할 수 없었다.



일단 증거로 쓸 필요가 있어보이니

게시글을 캡쳐하고 PDF로 변환시켰다.



아니, 더 확실한 증거를 위해서

아예 아카이브를 따뒀다.



그녀들이 이해는 됐다.

카메라를 막으며 



쥬스타그램의 생기가 죽어버린 것은

나 역시 안타깝게 생각했다.



허나, 내가 베푸는 신뢰를 

눈속임으로 갚았다는 것을 



두 눈으로 목격했고

그걸 유도하며 이익을 보는 이가 있기에 



난 분노했다.



"이번 면담 대상자들이 참~많네.... 

아주 긴 면담이 되겠어"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난 전 함선들을 한 명씩 부르며

단 둘만의 독대 시간을 가져야 겠다고 판단했다.



나는 약속시간이 다가오자



방검복을 입은 뒤 수갑과 권총, 정복을 챙기며 

차에 탑승했다.



개인 차량을 타자니 지휘관용 의전 차량은 

오히려 눈에 띌 가능성이 있기에



군에서 보급받은 

군용 렉X턴 스포츠 SUV에 탑승했다.



군에서 관제하는 국제시설이니

군용 4WD가 더 자연스럽겠지 싶었다.



내가 내리는 모습을 들키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그렇게 모항의 국제무역시설에 도착하자

여전히 수많은 수송 항공기들이 드나들었다.



약속한 저녁 9시 35분이 되었고



약속 장소인 무역센터 공항의 

105번 게이트 밖으로 가보자



후드티로 얼굴을 가리며



현금을 지급한 뒤 물건을 수령하는 

함선소녀들이 보였다.



"여기, 약속한 현금...."



'촤락' '촤락'



손가락을 혀에 갖다대며 적신 뒤

현금을 빠르게 넘기며 돈을 세는



밀거래상 일당들을 볼 수 있었다.



"ㅇㅋ 얼추맞네, 물건 여기있고

다음에도 잘 부탁해~^^"



나는 멀리서 숨어있는 채로

역시나 싶은 생각에 상대의 전력을 가늠해 본다.



안대 모양의 형상을 한 장비를 왼쪽 눈에 착용한 뒤

버튼을 누르며 작동시킨다.



그러자 장비에서 붉은 빛이 뿜어져 나오고 현실 풍경에 포개지듯 여러 데이터가 함께 표시된다. 



소프트웨어가 나의 시야 안에서 수백 개의 추종점을 추출하고, 단순한 이차원 화상에서 삼차원 좌표 축을 생성하며 삼차원 공간에 표시된다. 



실시간으로 현실에 반영되는 확장 현실이다.

장비는 후드티를 쓴 함선소녀의 신원을 파악하고는 정보를 HUD(Head Up Display)에 표시한다.



함명 : KMS 힌덴부르크


함종 : 아트미랄 히퍼급 중순양함


함선의 감정을 포함한 

상태도 감지하여 표시됐다.



이후 함선소녀들 5명이 거래를 마친 뒤

일당들이 돈을 챙기자



나의 차례가 오고 있음을 직감으로 느꼈다.



함선소녀들이 다 자리를 떠난 것을 확인하자

나는 현장에 발을 들였다.



현금을 돈가방에 집어넣던 일당들은

나를 발견하자



동작을 멈춘 뒤 접견을 준비했다.



"얘들아, 손님 오셨다."



만쥬는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만쥬는 지시만 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