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어둑어둑한 밤 정적을 가르고 등장한 목소리, 크론슈타트의 동공이 크게 뜨였다. 가만히 서류를 넘기던 가느다란 손가락 역시 갈 곳을 잃어 그대로 허공에 정지하고 말았다.
혹시나 잘못 들은 게 아닐까. 크론슈타트의 얼굴이 지휘관을 향했다. 마찬가지로, 그 역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잘못 들은 거지?”
“응? 다시 얘기해 줄까?”
“아,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딱, 너 같은 딸 있으면 귀여울 거 같다고.”
당황해 손까지 내저은 그녀였지만, 지휘관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덕분에 크론슈타트는 확인 사살을 직접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조금 더 붉어지는 순간이었다.
“노, 놀리는 거지?”
“글쎄.”
참으로 애매모호한 답, 지휘관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눈동자는 여전히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흡입될 것만 같은 흑색 눈동자, 도저히 의도를 읽을 수 없었다.
허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플러팅을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거다.
당장 어제도, 엊그제도, 일주일 전에도, 조금 더 깊게 따지고 보니 되려 하지 않은 날이 더 적은 느낌이었다.
“…….”
마침내 그 사실을 인지한 크론슈타트가 지휘관의 눈동자를 더 깊게 바라보지만, 그곳에 비치는 것은 그녀 자신뿐, 다른 건 보이지 않았다.
“무, 무슨 의도로 그러는 거야.”
“글쎄, 왜일까. 맞춰 봐.”
솟아오른 감정에 말까지 더듬으며 질문했건만, 지휘관은 여전히 능글맞은 태도를 유지했다. 은은하지만 득의양양한 미소가 유독 짓궂게만 느껴질 따름이었다.
“자, 장난치지 말고! 저번부터 계속 이런 식이잖아!”
“…….”
이번에 돌아온 답은 침묵, 그녀 입장에서는 전혀 달갑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지휘관은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지척에 도달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여성치고는 꽤 키가 큰 편인 크론슈타트였으나, 남성중에서도 특히 키가 큰 편인 지휘관보다는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올려다보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쿵, 쿵, 누구의 것일지 모를 심장 소리가 울리고, 크론슈타트는 그늘져 잘 보이지 않는 그의 얼굴을 응시한다. 심박이 자꾸만 빨라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휘관의 입이 열리고, 그녀는 긴장한다. 눈동자 역시 미친 듯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튀어나온 목소리의 정체는.
“미안해.”
“……으에?”
“네 반응이 너무 귀여워서 그랬어. 봐, 지금도 얼굴 새빨개져서는.”
지휘관이 조심스레 그녀의 뺨을 쓸어내렸다. 크론슈타트는 그제서야 자신의 뺨이 달아오르다 못해 뜨거워졌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래도, 방금 말한 건 사실이야. 이렇게 귀여운 딸 있으면 참 좋을 거 같아.”
싱긋, 이어 목소리 없는 웃음을 내비친다. 크론슈타트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크론슈타트? 크론슈타트?”
그것을 지나친 장난에 화가 났다고 판단한 지휘관은 약간의 당황과 함께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다행히도, 고개를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은 금방이었다.
허나, 이전과는 달랐다. 우물쭈물하는 기색은 여전히 숨길 수 없지만, 그럼에도 결의가 가득한 얼굴, 각오 한 자의 모습이었다.
“그, 그러니까. 나 같은 딸 갖고 싶다는 건 진짜라는 거지?”
“어……그런 셈이지?”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으며, 또한 망설이고 있었다. 그의 얼굴과 손을 번갈아 보던 그녀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느리게, 느리게, 하지만 멈추지 않으며, 계속해서 나아간 크론슈타트의 손이 지휘관의 손을 맞잡았다. 둘 다 마찬가지로, 따듯했다.
“정 그렇게 나 같은 딸이 갖고 싶으면…….”
이내 천천히, 겹쳐진 손이 이끌려간다. 종착지는 그녀의 가슴, 닿는 즉시 뭉클, 하고, 크기에 걸맞은 부드러움과 탄력이 그의 손을 감싼다.
하지만 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슴골을 타고 내려간 손이 그대로, 미끄러지듯 내려가 복부까지 도달한다. 여체 특유의 고운 감각이 손끝을 타고 그에게 닿는다.
계속, 계속 내려간다. 배꼽을 지나쳐, 하복부를 지나쳐, 마침내 그의 손이 크론슈타트의 은밀한 부위까지 닿는다. 이어서 살짝 문지르더니, 귀 끝까지 붉어진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연다.
“지, 직접 만들어야 할걸……?”
어디서 본 만화 보고 개꼴려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