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념글 보다가 ZT-TR-2의 대화문에 관한 만화가 나와서 올려봄

만화에서는 체르니가 '대위법으로 재현한다'라는 말과 함께 이벤트 내 기믹을 소개하고 있다

보면 대체 뭔소린가 싶지 할거고 나도 인게임에서 처음 봤을 때 별 신경을 안썼었음

근데 지금 보니까 아방가르드 성애자인 해묘랑 핲그가 음악이론적으로 말이 안되는 걸 넣을리 없겠지 싶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봄


먼저 무조성 음악을 알려면 악기 연주를 해봤다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장단조를 알아야 한다. 장단조의 상위 개념은 '조성'인데, 조성에서는 한 옥타브를 12개의 다른 음으로 나누고 이중 7개의 음을 사용한다.

쉽게 설명하자면 다장조(C Major Key)는 도레미파솔라시->윗옥타브 도레미... 로 진행이 되는데, 여기서 피아노 검은 건반에 속하는 도# 레# 파# 솔# 라# - 총 5음은 쓰이지 않고 도레미파솔라시 7음(하얀 건반)만 쓰인다. 여기서 검은 건반(흔히 반음이라 부름)을 적절히 조합하면 서로 다른 12개의 조성을 구현할 수 있게 되고, 모든 조성은 하나의 으뜸음을 중심으로 구현된다.

 당장 피아노를 쳐보면 시작음에 따라서 높은음으로 올라갈 시에 귀에 조화롭게 들리는 음의 조합이 있는데, 이를 장단조 중 하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반대로 조성에 맞지 않는 음을 넣을시 우리가 느끼기에 불협화음이 나게 된다. 이건 굳이 이론을 몰라도 딱 들어도 느껴지기에 누구나 알 수 있음.

근데 이런 장단조 체계를 적극적으로 따르지 않는 체계가 바로 무조성 음악이다. 아까 조성에서는 한 옥타브의 12음에서 7음만을 사용한다고 했는데, 무조성음악은 이를 무시하고 12음 모두를 사용하거나, 조성에 맞지 않는 반음들을 삽임해 으뜸음의 존재를 없애려고 노력한다. 이러한 무조성 음악의 체계는 오스트리아의 작곡가인 쇤베르크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았다.

결국 ZT-TR-2에서 말하는 무조성 음악은 체르니가 느끼기에 조성을 따르지 않아 해석하기가 쉽지 않음을 이야기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명방식으로 이야기하면 아츠적으로 해석이 어렵다는 것.

다만 조성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지, 음악에 규칙이 없다는 건 아니기에 이를 언급하며 '대위법'으로 '구현'해보겠다고 한다.

대위법은 영어로 counterpoint로, 정의는 '독립성이 강한 여러 멜로디를 동시에 결합하여 작곡하는 기법'이다.

현대음악을 주름잡는 화성학과 대비되는 개념인데, 화성학은 한 음에 여러 음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화음을 만들고 연결시킨다.

피아노에서 여러 음을 동시에 연주할 때 조화로운 음이 나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 그게 화음(코드)이다.

반면 대위법은 고대음악부터 시작해서 화음이라는 개념이 없이 두 독립적인 멜로디를 결합해서 조화로운 소리를 만드는 기법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화음은 햄버거라고 볼 수 있다. 햄버거는 여러 식재료가 합쳐져 조화로운 맛을 내는데, 식재료 하나만으로는 음식이라고 볼 수 없고 합체된 후에 햄버거라는 음식이자 개체가 된다.

그에 비해 대위법은 짬짜면이다.  짬뽕과 짜장면은 서로 독립적인 음식이지만, 둘을 붙여놔서 같이 먹게 되면 조화로운 맛을 낸다. 둘을 떼어놓는다 하더라도 각각의 요소들이 각 하나의 개체로 기능한다.

현대음악은 주로 주 멜로디가 있고 이를 다른 성부나 악기들이 보조로 화음을 넣어주는 형식을 지닌다. 그렇기에 보조음이 주멜로디에 종속적이다.

반면 대위법은 멜로디 두 개가 종속적이지 않고 독립성을 지닌다. 둘이 떨어뜨려 놔도 여전히 하나의 곡이 될 수 있다. 그저 둘을 조화롭게 배치하는 것뿐이다.



대위법의 좋은 예시는 바흐의 인벤션 13번이 있다. 처음부터 들어보면 두 개의 독립적인 멜로디라 서로를 보완해주면서 각각 다른 리듬으로 연주된다.

그럼 체르니가 말한 대위법으로 재현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음악 이론이 아닌 게임 내의 대화문이기에 정확하진 않을테지만 기믹을 살펴보자.

게임 내 기믹은 검은 구체에 오퍼레이터들이 데미지를 넣으면 = 1번 멜로디를 연주하면
이를 하얀 구체가 같은 리듬으로 물리 대미지로 변환하여 발사한다 = 1번 멜로디랑 같지는 않지만 마법 대미지든 물리 대미지는 트루댐이든 조화가 가능한 독립적인 선율로 변환하여 연주한다.
결국 오퍼레이터가 넣은 데미지를 물리 대미지로 모방하여 발사한다는 건데, 이는 캐논같은 대위법으로 작곡된 곡들과 비슷하다.

캐논은 처음에 주 멜로디로 시작하고 그 다음에 다른 성부로 주 멜로디를 따라하지만 이 멜로디가 주 멜로디에 화음을 넣어주거나 하진 않고 그 자체로 독립적인 멜로디가 된다.

지금 보니까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한 느낌이 나는데 해당 글은 게임 내에서 나온거기 때문에 해석이 맞을 이유는 없지만 이벤트에서 나온 각종 음악 용어들을 해설했다는 셈치고 재밌게 읽어줬으면 좋겠다.


결론 : 음악 이론은 전공이 아닌 이상 배우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