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 https://arca.live/b/arknights/105791790


문득 어비설 헌터즈가 생각난다.

정교한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해사의 힘을 끌어온 에기르의 전사들.
물론 그들은 나처럼 해사를 섭취해 힘을 끌어온 것은 아니었기에, 나에겐 그들같은 우아한 변화는 존재하지 않았다.

온몸이 으스러지는 고통, 뼈가 부서졌다 재생되고, 미관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효율만을 추구하기 위해 근육은 녹았다 다시 붙으며 꼬아지고 뒤틀렸다.
안구는 시신경과 혈관, 수정체가 재배열 되며 뇌의 처리용량을 확보했고, 육지활동을 위해 폐가 2개, 심장이 하나 더 생겼다.
일부 피부 표면은 그냥 봐선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고장력의 거죽으로 바뀌어 있었다.

변화는 일곱 밤낮동안 계속되었으며 변화의 고통속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보니 주변이 다르게 보였다.

달빛이 거의 들지 않는 어두운 밤이었지만 물체를 식별하는데에는 별 문제가 없었고, 신체 상태는 그 어느때보다 좋았다. 그저 움직이는 것조차 전보다 두배는 빨랐으며 어비설 헌터즈처럼 맨손으로 바위조차 부숴버릴 가공할 근력도 생겼다.

가공할 변화는 뇌와 주변 신경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뇌의 처리용량이 증가해 더 빠르게,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으며 머리가 맑아졌다.

허나 이는 저주에 가까웠다.

기억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었다.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유성이 떨어지는 기억이...



몇날 몇일을 걸었다.
해사는 흔적을 많이 남겼다. 굳이 추적하려고 노력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저 걷다 해사를 만나면 죽일 뿐이었다.
식량은 자주 먹을 필요는 없었지만, 충분했다.
죽인 해사를 먹으면 그만이었다.

해사를 먹으면 인간적이던 면모도 하나씩 사라지지만, 힘도 한층 강해졌다.

처음에는 시본들의 공격을 막는것 조차 힘들었지만, 그것들을 먹고, 그것들의 인자를 얻고, 그것들이 싸우는 방식을 알게되자 숫자로 밀어붙여도 내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것들과 싸우고 걷는 동안, 그동안 로도스의 사람들과 함께 다녀갔던 도시들도 지나갔다.

림 빌리턴의 도시를 지나치게 되었다.

삭막한 돌이 가득한 지역이지만, 한때 사람들이 일을 하고 술을 마시며 내일을 생각하던 삶의 터전이었다.
그런 곳이 지금은 아무도 없었다.
집과 기반시설의 흔적만이 남아 사람이 살았었다는걸 증명하고 있었다.

해사가 남긴 짙은 파란색 물만이 이곳에 있었다.

이곳의 해사 역시 모조리 죽여버렸다.

그들을 찢어버리고, 으스러뜨리고, 밟고, 조각조각 갈라버렸다.

해사가 되면서까지 손으로 쓸 기관이 있었던건 좋았다.
해사들과는 달리 내겐 무기를 쓸 지능이 있었으니깐.
게다가 무기는 도처에 널려있었다.

해사를 막으려다 목숨을 잃은 수많은 영혼의 증거.

검과 망치, 창과 도끼, 아츠가 없는 나도 쓸 수 있는 압축공기 분사식 유탄발사기와 석궁들도.

무기는 많았다.

무기가 부서지면 바닥에 있는것을 주워서 썼다.
그런 무기조차 바닥나면 손과 발, 등에 자라난 촉수도 이용했다.

촉수는 생각보다 유용했다.
일반적인 무기는 해사와 융합한 나의 힘을 버티기엔 무리였다.

다행인것은 내가 있는 곳이 림 빌리턴이었단 것이다.

가방에 무기를 챙겼다.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 것들은 가방 밖에 걸어서 떨어지지 않게 잘 묶었다.

이렇게 무기를 챙기다 보니 페로족 소녀가 생각났다.
장난치길 좋아하고, 호기심 많으며, 먹을것만 보면 행복해하던 작은 페로족 소녀.
무기를 챙긴 나는 마치 그녀의 발자취를 쫓는듯한 느낌도 들었다.

아아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해사의 흔적을 따라가면 로도스 본함에 닿지는 않을까.

늘어난 뇌 처리용량은 싸울땐 좋았지만 하염없이 걸을때는 쓸데없는 생각으로 가득차 별로였다.
그렇게 걷고, 해사를 만나면 싸우고, 다시 걷는 일상이 시작되었다.

글쓰는거 진짜 어렵다...
아니 진짜 작가님들 이거 어케쓰는거읾;;

1,400자 쓰는거 그래도 자소서 쓰는거보단 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