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좀 바빠서 이벤트 스토리 계속 유기하다가 오늘 다 밀었음
난 지금까지 나온 메인 스토리, 이벤트 스토리 다 합쳐서 가장 여운이 남은 스토리였음
그중에서도 나는 '쿠마르'라는 캐릭터가 너무 잘 만들어졌고 그냥 넘기기에는 아쉬운 캐릭터라고 생각함
그래서 16장 쿠마르의 대사를 같이 보면서 대충 내가 생각한 것들에 대해 적어보려고 함

그냥 스토리보고 대가리 깨져서 쓰는거라서 재밌게 읽어주면 좋겠음 ㅋㅋㅋㅋ


"날 버린 그 부모가 이 별이 덮쳐오는 순간 어떤 표정을 지을지 항상 궁금했거든."
"...그들이 이미 죗값을 치렀을 줄은 생각 못 했지만."
"모든 것을 걸었지만 목표가 없었던 거야."


쿠마르의 삶은 너무나도 비참했음
제대로 된 실력이 없어 부모에게 버림받고 인간이지 못해 인간들에게 차별받고
자신이 연구로 몸 바친 대학에서조차 쫒겨났음
그런 쿠마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인 복수조차 이뤄낼 수 없었던 심정이 매우 잘 느껴졌음


"그래서 마지막엔 생각을 조금 바꿔봤단다."
"...난 그걸 봐야겠어."


자신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복수조차 이루어낼 수 없었던 쿠마르는 다시 한번 마지막 목표를 잡기로 함
자신이 일생 연구해오던 천체를 직접 보는 것.
아무것도 이룰 수 없고 할 수 없었던 쿠마르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길이자 삶을 살아가기 위해 만든 목표.

"...차라리 당신을 버린 사람을 원망해서, 그리고 날 원망해서 벌인 짓이기를 바랐는데..."

이러한 쿠마르를 보면서 던진 갈라보나의 한 마디가 모든 것을 잃고 벼랑 끝에 내몰린 쿠마르의 상황을 잘 표현해준 것 같음

"나도 그러고 싶었어. 정말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되더구나"
"동생아, 그때 널 제대로 혼내주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널 보니... 차마 때릴 수가 없었어."


이 대사가 스토리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함
쿠마르는 자신이 대학에서 쫒기게 된 원흉인 갈라보나를 원망할 수도, 이러한 분노를
동생에게 화풀이할 성격도 되지 못하는 사람이었음
물론 수많은 희생자가 나올 것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고 별을 보려는 쿠마르의 행동은
이견 없이 잘못된 행동임

하지만 정말 우리는 쿠마르를 악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 죄를 범할 때 우리는 그 사람만의 잘못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잠시 딴 얘기를 하자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유대인들을 가스실에 데려갔던건 누구였을까?
다름 아닌 유대인이였음
나치는 끌고 온 유대인들 중에서 소수를 뽑아 특권을 주는 대신 유대인을 가스실로 안내해
학살을 벌이는 역할을 유대인들에게 넘긴 것임
강제 노역을 면제받고 고문을 받지 않는다는 혜택을 누리면서 말이야
물론 이 제안을 받지 않으면 가스실로 가서 죽었겠지
그럼 유대인을 가스실로 데려가 죽음으로 내몬 '특권을 가진 유대인'들은 가해자인가?
이것이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대한 회색지대 이론이 나온 배경임
가해자도 아닌 피해자도 아닌 애매한 경계의 행위가 존재하는 곳.
(위의 내용은 당시 칼럼에 기재된 논쟁거리인데 정말 욕 많이 먹었다. 미리 말하면 위의 유대인들은 모두 무죗선고를 받음. 이 내용 결말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써놓음)

마도학자를 차별하는 세상과 이 사회에서 맹목적으로 차별을 받아야 했던 쿠마르를 통해
리버스는 잘못을 한 사람이 처한 환경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주고 싶었다고 생각함

"우주는 모든 걸 포용해... 네가 마도학자든 인간이든 상관없어. 설령 작디작은 모래알이라도... 우주는 널 안아줄 거야."

"그런데 난 가장 보잘것없는 것 때문에 일터에서도, 집에서도 쫒겨나고 말았지"
"진즉 깨달았어야 했는데... 이런 발악은 이 별에서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이제 난 지쳤다, 갈라보나. 난 그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은 것뿐이야."

차별이 깊게 뿌리내린 세상에 대한 환멸과 쿠마르가 우주를 좋아했다는 점에서
자신이 살고자 했던 세상에 대한 소망이 담겼다고 생각함
그리고 여기서 별을 보고 싶다는 마지막 목표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해탈하기 위한 소망임이 드러남
이미 쿠마르는 앞으로 이런 세상에서 살아갈 생각이 없다고 느꼈음

하지만 결국 자신이 아끼던 제자에 의해 그 마지막 소원마저도 자신의 힘으로 이루지 못하고
자결을 선택하게 됨

이번 스토리를 보면서 인물들의 행동이 각자의 입장에서 다 이해가 되고 한마디 한마디가 다 생각의 여지가 있어서
리버스 이 녀석들은 미친 놈들이라는 생각을 했음. 쨋든 재밌었다~~
절대 귀찮아서 급하게 마무리하거나 글을 너무 못 써서 그런거 아님



+ 가스실로 데려간 유대인들에게는 잘못을 묻지 않았음 그 이유는 정말 간단함
만악의 근원은 나치이며 유대인들에게 잘못을 묻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였음.
하지만 난 위에 적은 상황에 대해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