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키퍼, 어떻게 그런 걸 먹을 수 있어!!”


재단 식당에서 밥을 먹던 날 보고 갑작스레 빌라가 소리를 버럭 질렀다.


“?! 갑자기 왜그래?”


항상 밝고 긍정적이던 빌라가 처음으로 내게 화를 냈다.


“어떻게 이런 걸 먹을 수 있냐구!!”


빌라가 내가 먹는 걸 손으로 가리켰다.


평소에 자주 먹던 ‘연어알덮밥’라는 음식이다.


재단 식당에서 줄곧 먹었기 때문에 빌라도 자주 봤을 터였다.


“뭐긴 뭐야 연어알덮밥이지… 자주 봤잖아?”


“히잉… 타임키퍼는 바보야!!”


ㅡ쾅!ㅡ


내 말 에 빌라는 눈물을 보이더니 곧장 연회장을 뛰쳐나갔다.


“쟤가 갑자기 왜 저러는 거지…?”


난 뛰쳐나간 빌라를 따라 재단 식당을 나왔다.


하지만 벌써 어디론가 가버린 건지 빌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쯧쯧, 마스터는 배려란 걸 모르는 거야?”



내가 다시 식당으로 돌아오자, 슈나이더가 혀를 차며 날 한심하게 바라봤다.


“… 무슨 일이라도 있어…?”


내가 조심스레 묻자 슈나이더는 자기 앞에 놓여있는 송편을 하나 덥석 물었다.


ㅡ우물우물ㅡ


“빌라는 오늘 ‘그날’이라고.”


“그날...?”


내가 이상하게 쳐다보니 슈나이더는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에휴… ‘산란기’라고, 마스터 바보야?


“산란기? 확실히 빌라는 인어였지…


그래서 연어알덮밥에 반응한 건가… 


“뭐 그만큼 예민할 시기니까~”



한편, 빌라는 재단 기숙사 앞 연못 구석에 앉아 울고 있었다.


“타임키퍼…. 바보….”


빌라는 매년 오는 산란기가 싫었다.


알을 낳는 건 어찌 되든 좋지만 친구들을 상처입히는게 싫었다.


그동안 자중하려고 노력도 많이 해봤지만 쉽지가 않았다.


“타임키퍼한테 화내버렸어… 어쩌지…?”


빌라는 연못 구석에 쭈구려 앉아 몇분동안 생각에 빠졌다.


“내일 타임키퍼한테 사과하러 가야겠다…”


그때였다!


ㅡ두근!ㅡ


타임키퍼를 떠오르자 갑자기 빌라의 배에서 반응이 왔다. 그것은 신호였다


“으응… 올해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네…”


빌라는 연못으로 걸어가 적당한 곳에 몸을 담갔다.


“끄응….!”


ㅡ푸드드득ㅡ



“후우….”


빌라는 천천히 일어나서 연못에서 나왔다.


연못에서 나옴에 따라 알이 싱그럽게 흔들렸다.


“얘들아 빌라가 행복하게 해줄께~”


산란기 동안엔 매일 밤마다 알을 낳아야 했다.


매일 알을 낳는다는 것이 괴로울 수는 있겠으나, 그렀다고 자신의 의무를 져버릴 수는 없었다.



”타임키퍼…”


다음날 아침, 식당에서 식사를 하던 나에게 빌라가 찾아왔다.


“어젠 화내서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난 시무룩해진 빌라에게 웃어보이며 주방으로 향했다.


“늘 먹던 걸로 괜찮지?”


“... 응!”


그 말을 들을 빌라는 이내 미소를 지어보였다.


“자 여기 해초사탕.”


난 빌라 앞에 사탕이 담긴 그릇을 내었다.


해초 사탕… 빌라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다.


“고마워 타임키퍼!”


빌라는 나온 음식을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그 빌라는 지금 한창 예민할 시기인 거지?”


난 먹고 있는 빌라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 응… 미안해…”


빌라는 먹고있던 사탕을 내려놓고는 시무룩해졌다.



난 그런 빌라를 보고 무심코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 걸로 너무 속상해하지마. 누구나 다 그런 거야.”


“타임키퍼…”


그때였다!


ㅡ두근!ㅡ


“읏..!!”


갑자기 빌라의 배에서 반응이 왔다. 그것은 평소보다 훨씬 격렬했다.


“이미 낳은지 얼마 안됐는데…?”


빌라도 이런 건 처음이었다.


당장 기숙사 앞 연못으로 달려가야 했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빌라는 격렬하게 요동치는 배를 붙잡고 어찌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문득 식당 근처에 작은 개울이 있단 걸 떠올렸다.


“안돼애!!”


빌라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연회장을 뛰쳐나갔다.


“…!”


이번엔 나도 빌라를 놓지치 않기 위해 즉각 따라나갔다.


“헉… 헉…”


빌라를 따라 도착한 곳은 근처의 개울가였다.


내가 따라오는지 몰랐던 빌라가 바지를 벗어던지며 텀벙 텀벙 개울로 들어가 몸을 담갔다.


ㅡ뿌다다다다닷!!!ㅡ


평소보다 힘찬 기세에 알이 멈출 줄 모르고 계속 쏟아져나왔다.


빌라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다 뒤에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어어…”


“타임키퍼…!?”


“보… 보면 안돼~!! 저리가!!”


엄청 당황한 빌라는 한손으로 눈을 가리고, 다른 한손으로 저리 가라는 듯이 손짓했다.


그와중에도 알은 쉴새없이 나오고 있었다.


“미안!!”


난 재빨리 몸을 돌렸다. 이내 들려오는 빌라의 훌쩍거리는 소리에 살짝 죄책감이 느껴졌다.


얼마 뒤,,, 알을 다 낳은 빌라는 조심스레 내 옷을 잡아당겼다.


“그 타임키퍼,, 알 옮기는 것 좀… 도와줄래?”


빌라의 부끄러운 부탁에 난 곧장 식당으로 달려가 바께쓰를 몇개 들고나왔다.


바께쓰에 물을 담고 알들을 옮겨담으려는데…



“이게 빌라의 알이구나…”


나도 모르게 마음의 소리가 입 밖으로 나와버렸다.


“타… 타임키퍼… 그렇게 가까이서 보면 부끄러워…”


같이 옮겨담는 중이던 빌라가 날 보더니 고개를 떨궜다.


헉!


그렇게 알들을 다 옮겨답고나니 바께쓰로 4통 정도가 나왔다.



루레에 바께쓰를 다 실은 난 빌라와 함꼐 연못으로 향했다.


가는 중에 빌라를 보니 문득 궁금한게 하나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이렇게 나온 알들은 어떻게 부화하는 거지?’


내가 알기론 개구리알이 부화하기 위해선 수컷 개구리의 정액이 필요했다.


“저기 빌라,,,”


“왜 불러?”


빌라는 그런 날 보고 미소지었다.


“물어보기 좀 뭣한데…


얘네들은 어떻게 부화하는 거야?”


어떻게라니? 무슨 말을 하는거야?”


빌라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사실 나도 낳고 냅두기만 해서 잘 몰라! 헤헤…”


‘응? 그렇다는 건…’


난 가는 동안 빌라랑 물고기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얘기가 끝났을 쯤엔 어느샌가 빌라의 연못에 도착해있었다.


우린 바께쓰에 있던 알들을 전부 연못에 넓게 풀었다.


알들이 퍼져나가는게 마치 또다른 생물같았다.


“잠깐 집에 다녀올께! 타임키퍼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줘!”


빌라가 기숙사로 간 사이, 난 물속의 알들을 조심히 어루어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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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