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AL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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챈주투표 바이럴 아님

이전 글에서 이야기한 해석관이었던 절대주의와 상대주의의 투쟁을 바탕으로 전개하고 있어. 그 말은 절대적 진리를 추구하는 아페이론 학파를 비판하는 요소를 중심으로 본다는 뜻이고 

아페이론의 선별을 거부하는 버틴 패거리를 중심으로 해석한다는 뜻이기도 해


해석이니까 실제 6챕터에 나오는 정보와 달라질 수 있어. 틀린걸 발견한 중섭 할배들은 


하고 넘어가 줘

이번 글에서 해석할 5장의 메타포는 다음과 같아


  • 레굴루스와 무리수
  • 진리와 안개
  • 세레스(레굴루스가 본 거대 행성)
  • 아브락시스와 코카서스(캅카스), 그리고 유출
  • 0의 의미
  • 수학에서의 영원함
  • 엔딩

배경지식 차원에서 간단하게 알아보자


영원함과 수학은 SF 미디어에서 자주 연결되는 소재야. 수학이 영원하다는 의미랑 별개고

맨처음 다뤄진 작품은 알 수 없지만, 단순해 보이는 오일러 등식이 큰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있어. 페르마의 정리로 보는 사람도 있고

고대 그리스부터 수학이 세상을 설명하는 영원한 진리라 여겨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참이 증명되면 뒤집히지 않는 성격덕에 

역사적인 증명을 해낸 수학자들은 영생을 얻는다는 말이 수학계에 있었어

수학을 모르는 사람도 피타고라스, 가우스를 안다는 점에서 그 이름이 영원히 기억된다는 이야기야.


그래서 영원, 진리를 다룰 때 수학과 연결 짓는 경우가 많아. 실제 수학사적으로도 그렇고


레굴루스와 무리수


피타고라스학파들이 생각했던 수의 이론을 생각해보면 레굴루스가 무리수로 분류되었을 때 

숫자박이들의 분류 법을 바로 알 수 있는데, 

학교에서 배웠던 수학 체계를 다시 한번 상기해보자

허수와 실수 구분부터 범위를 좁혀가면


허수<->실수 / 무리수<->유리수 / 분수 <-> 정수 / 음의 정수 <-> 자연수


수 체계는 이렇게 돼.

아페이론 학파는 수학적 이치가 진리에 가깝다고 말했으니 수학적으로 뛰어난 것이 좋은 수겠지?


수학은 개수를 표현하기 위해 숫자를 만들어낸 것에서 시작했어. 

자연수는 수학이 탄생한 이유와 맞닿아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숫자박이들은 자연수가 가장 뛰어난 수라 생각하겠지. 자연수가 되기 위해 노력할거고


음수는 어떨까? 음수는 명백하게 존재하지만 실생활에서 사용되지 않아. 

생각해보면 뺄셈은 자주 사용하지만 온도외에는 음수를 사용할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거야. 

실제로 17세기까지도 음수의 존재를 부정하던 수학자가 있었다고 해

실존하지만 의미가 없는 자들. 하지만 더하기를 통해 자연수로 바꿀 수 있는 자들 

교화능한 범죄자(반사회자)가 돼


분수도 비슷한 맥락이 되는거지. 실수에 속하지만 자연수에 도달하지못한 상태. 

음수랑 다르게 반사회적 행동은 하지 않은 자들

한마디로 교육이 필요한 자들


표면적이고 당연한 이야기가 되버렸는데 무리수를 본 후 정리해 보자.

37은 무리수가 자유분방한 내면을 가졌다고 해

하지만 우리는 알거야 릴리아 역시 굉장히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을


무리수는 가르침을 통해 자연수로 만들어줄 수 있는 음수, 분수와 달리 본질적으로 정수가 될 수 없어.

이런 무리수의 존재는 아페이론 학파의 두가지 아이러니를 보여줘.



첫번째. 그들은 숫자가 원래부터 사람 내면에 자리잡고 있고 그것을 확인한다고 말하고 있어. 

이는 현상보다 실재를 보고자 하는 그들의 행동 원리와 부합해. 현상에 해당하는 육신은 의미 없고 실재인 진리만이 의미가 있다. 즉, 육신과 별개로 존재하는 숫자가 그 사람의 실재라는 것이지.


하지만 무리수와 분수의 분류 기준은 교화 가능성이야. 다시말해 태어난 후에 부여된 것.

그들이 사용하는 숫자는 태어날 때 부여된 본질이 아니라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거네. 

영원 불멸한 진리를 원하면서 변할 수 있는 숫자를 사람의 실재라고 생각하는게 모순이야.


사실 무리수의 어원을 보면 본질을 감정하는 것이 아니라 교화 가능성으로 선별하고 있다는 것이 명확하긴 해. 무리수는 Irrational 이라 부르지.

무리수 탄생 당시 기준에 합리적이지 않은, 한마디로 유리수 집단의 이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이야.

두번째. 그들이 무리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한다는 것은 무리수가 수학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어. 그러나 오일러 등식을 보면 알겠지만 무리수는 훌륭하게 정수를 설명하고 있어. 가치가 높은거지. 

그들의 시간은 루트2를 주장하던 학자를 바다에 던져버리던 고대 그리스가 아니야. 

이미 무리수가 증명되고 허수가 발명된 현대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수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진리를 추구하는 그들의 행동이 오히려 진리로부터 멀어지는 것을 의미해

그리고 무리수인 레굴루스가 작품에서 고난을 이겨나가는 모습은 

아웃사이더들인 무리수야말로 그들이 원하는 진리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을 보여주지


아페이론 학파에 의해 선별당하는 무리수가 거대 집단에 대항하는 것.

저번 글에서 보았던 그동안의 대립구도와 완전히 동일해. 따라서 이번 글은 아페이론의 어떤 요소가 모순적이고 어떤 요소가 무리수의 힘을 보여주는지 알아볼거야.



진리와 안개


37은 안개에 들어서는 것이 진리로 향하는 길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환각이었어

이것은 두가지를 의미한다고 봐

첫번째. 육체를 벗어난 영혼의 진리, 

다시말해 현상을 벗어난 실재는 환각에 불과하다는 것이야. 

애초에 흐릿하지만 잡을 수 없는 존재인 안개가 진리의 메타포로 사용된 점에서 결정된 일이기도 해.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대사도 있는데

(아페이론 학파에 의하면) 진리에 가까운 37이 하는 이 말에서 알 수 있어. 


37은 수학의 공식이 세상을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아름답고 세상의 진리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나비의 날개와 몸통은 황금비같은게 아니야. 황금비에 맞춰서 인식을 조정한 것이지

모든 식물의 잎차례가 피보나치수열인 것도 아니고

수학이 실재를 보여준다는 생각이 환상임을 보여주고 있어. 


사실 더 중요한 것은 두번째야

재건과 재단은 폭풍우로부터 보호하는 방주야. 아페이론의 안개도 그렇고


폭풍우를 숨기는 재단

인간에게 가면과 환락을 제공하는 재건


안개의 진리가 환각이라는 것은 이 둘이 제공하는 안락함도 환각임을 의미한다고 생각해


그리고 레굴루스만이 자력으로 안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페이론의 아웃사이더였던 레굴루스가 지향하는 삶이 집단을 부술 수 있다는 것이며

재단의 아웃사이더인 버틴만이 재단과 재건을 부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어



세레스


행성의 이름은 세레스. 

태양계하면 수-금-지-화-목-토-천-해-()이 떠오르곤 해.  

작품 외적인 이야기지만 세레스와 명왕성의 퇴출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어.


지금이야 성능이 아주 좋은 망원경이 있고 실제 지구밖으로 나갈 수도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아. 허블 망원경도 없고 

지금과 비교하면 미안한 수준의 망원경으로 보거나 맨눈으로 보는게 전부지.

눈에보이는 태양으로부터 수성, 금성등이 떨어져있는 거리를 관측해서 수식으로 만든 것이 위 수수께끼,

티티우스-보데 법칙이야.

관측해서 수식으로 만들었다는 것에서 알 수 있을거야. 숫자를 "먼저 계산하고" 행성을 찾는게 아니라 행성을 찾아내고 그 관계를 찾은거야. 




느날, 별이라고하기엔 너무 크고 수성 금성 화성과 비교하기엔 좀 작은, 세레스가 발견된거지.

문제는 과학 기술이 발전하면서 크기가 상당히 작은 행성들이 많이 발견되면서 생겨났어. 애매하게 큰 세레스는 소행성이라 부르기엔 크고 행성이라 부르기엔 작았지

작다고 행성이 아니다! 라고 말하기엔 명왕성이 문제였고


고심끝에 명왕성과 세레스의 공통분모를 찾아내 '행성'을 정의하고

둘 다 왜행성이라는 단어로 추방했어.


세레스의 배경지식, 그리고 티티우스-보데 법칙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 부르는 것은 두가지를 의미해.

우선, 세레스는 레굴루스를 상징해. 

세레스는 그저 하늘에 떠있었을 뿐이야. 행성으로 받아달라고 한 적도 없어. 

레굴루스도 그저 표류해왔는데 대뜸 무리수를 부여받았고


재단과 재건, 아페이론이 선별하는 과정에서 배제해야할 대상인 허수는 아니지만 집단에 받아들여지지 않은 개인을 상징하는 거지. 

그 과정에서 경계선상에 있는 개인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채 피해를 보게 돼. 

힘이 있다면 레굴루스처럼 납치해놓고 재단과 재건에 라디오보내도 살아남지만

힘이 없는 슈나이더와 수많은 무리수, 그리고 소피아 등등은 희생양이 되겠지


여담이지만 3-4장은 재단의 아웃사이더인 버틴이 Z와 릴리아를 포섭하면서 힘을 키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어



두번째로 티티우스-보데는 관측에 의한 법칙이지 수수께끼가 아니야

그걸 수수께끼라 하고 세레스를 빼버리고는

완벽한 수수께끼, 내지는 불가능한 수수께끼라 말하고 있는데 웃긴 말이야

그들은 수학이 현상cosmos의 본질(실재)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찬양하고 있어

그러면서 세레스의 본질은 완전히 지워버렸지. 

티티우스-보데 법칙을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라고 내미는 모습

역시 그들의 진리 탐구 방법으로는 영원히 진리에 도달할 수 없음을 암시한다고 말할 수 있어



아브락사스와 코카서스 그리고 유출


아브락사스와 코카서스는 실제로 있는 말이야.

코카서스는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가 독수리에게 쪼이는 형벌을 받는 산



아브락사스는 영지주의라고 하는 중세 그리스도교의 분파에 등장하는 악마 혹은 신 혹은 집행자인데 사실은 헤르멘 헤세의 데미안이라는 소설에 나온 것이 더 유명해.


영지주의는 플라톤주의를 그리스도교식으로 받은건데 고귀한 영혼이 육체에 갇혀있고, 진리를 알아야만 진정한 자신을 되찾을 수 있다는 거야. 

단지 플라톤은 이데아로, 영지주의는 주님 곁으로 


아페리온이 종교에 가깝다는 것은 소피아의 말로도 언급 돼


내가 일본음성을 써서 한음에도 나오는지 모르겠는데 아페리온의 종교적 색채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사가 있어


일본어로 유출은 emanation이라 말하더라.

근데 emanation은 영지주의에서 말하는 개념이야(정확히 말하면 플라톤의 파이돈에서 가져온거긴 함)

간략하게 말하면 우리가 겪는 모든 현상, 그리고 지식들은 현생보다 상위 구역에서(한마디로 천국) 흘러 나온 것이라는 뜻이야

그런점에서 유출은 하늘이 주는 선물이라고도 할 수 있지. 

사람들이 죽어나가는재난을, 하늘이 지혜를 선물해준다고 말하는거야 


이것만으로도 종교적 색채가 강하지만

210의 말에 따르면 유출은 미천한 육체를 초월하는 과정이며 동시에 구원받아야할 대상을 선별해준 것이야.

210은 유출이 주는 죽음을 선별으로 본거고

37은 유출이 주는 죽음을 육체의 초월로 본거지 

그래서 소피아의 부모님이 돌아가신걸 보고 아름답다고 말한거 아닐까? 육체를 초월하고 가장 아름다운 수학 그 자체가 되었으니까

재미있는 것은 현상과 육체, 언어를 경계하고 참된 진리를 찾고자하는 행동을 제외하고는 실제 현실의 메타포와 정 반대로 나타나고 있어

코카서스에 끌려간 프로메테우스는 인간에게 지혜를 건네준 신이야

반대로 작품에선 금기를 범한 자들이 코카서스로 끌려가지

소피아는 영어로 Sophia야 그리고 이 말은 그리스어로 지혜를 상징해.

서양 철학을 처음 시작한 플라톤은 자신의 학파를 Philosophy라 붙였는데 지혜를 사랑하는 자들이라는 뜻이며

플라톤주의를 이어받은, 아브락시스가 등장하는 영지주의의 Sophia는 유출을 통해 인간세계에 지혜를 가져오는 신이야. 하지만 작중에선 수행이 부족한 여성으로 나타나지.


37이 건넨 숫자를 거부하고 유출로 인한 부모님의 죽음을 슬프게 받아들이는 소피아가

아페이론에선 부족한 자로 취급되어 수행하고있다는 점은 

그녀의 뛰어난 마도술과 대비되어 아이러니를 보여줘.

코카서스 언덕과 소피아는 선별 그자체의 모순과 과정에서의 피해자를 보여주고 있네

어쩌면 지혜에 도달하는 방법은 숫자박이가 아닌 소피아, 혹은 금기에 있다고도 할 수 있고


0


저번 글에서도 이번 글에서도 반복적으로 이야기했지만

마도학자와 인간의 경계구분 혹은 선별을 거부하는 자들의 투쟁을 중심으로 이야기 하고 있어.

그리고 경계에 위치해 재단과 재건을 모두 거부하는 버틴을 상징하는 0은 버틴 그 자체를 보여주는 것 같아


우선 자연수보다 더 완벽에 가까운 것은 소수야. 

왠지는 나도 몰라;; 


정확한건 아마 그리스 철학사를 전공한 사람만 알 것같네


다만 나의 추측을 간략하게 이야기하면 영원불변성에 가까워서 그런게 아닐까 싶어

소인수 분해를 할 수 있는 것은 가변성이 더 크다는 것이고 소수는 경우의 수가 적으니까

또한 소수의 규칙은 알 수 없으며 무한히 존재하지(자연수는 규칙이 있으니까)

그래서 실재에 가까운게 아닌가 싶어 


어쨋든 냉정하게 말하면 소수에 그들이 부여할 수 있는 의미가 많으니까겠지?


0은 그런점에서 상당히 많은 의미가 있어. 지금부터 숫자박이가 되어볼게



첫번째. 0은 우선 유리수에 속해있으며 정수야. 하지만 양수도, 음수도 아니지. 

아페이론의 정수는 규칙내에서 움직이는 것을 말하는데 체제에 순종적인 양수는 아니지만 반하지도 않아. 

재단에서 벗어나고자 하지만 당장 재단의 규칙 내에서 움직이는 버틴의 모습을 보여줘


두번째. 0은 규칙내에서는 정의되지만 규칙을 벗어나면 정의되지 않아.

0은 정의할 수 있지만 0º은 정의되지 않아 0/0도 마찬가지. 

버틴 개인은 재단의 이성으로 정의할 수 있어도 버틴 패거리는 정의할 수 없음을 의미해. 실제로 드루비스를 포섭하는데 결국 실패했지. 레굴루스도 그렇고



세번째. 0은 추가되고 빼고의 차이가 없어. 5가 0에게 오면 5가 되고, 5가 0에서 나가면 5로 나가.

즉, 모든 존재를 그 상태 그대로 받아주는 버틴의 모습을 상징해.

재건 편에 서있던 드루비스가 공격해도 슈나이더가 인간 사냥을 해도

메스마 주니어가 배신을 해도

                                 

교육을 하거나 규범을 세우지 않지.


마지막으로 수학에서의 영원함을 상징했던, 오일러 등식을 다시 보자.


0을 이루는 것은 질서를 잘 따르는 양의 정수

그리고 유리수의 구분을 거부하는 무리수와

아페이론들이 무시하는, 불완전한 허수야.

작품에 나오지 않은 오일러 등식과 엮는건 과대 해석이긴 하지만 

이걸 포함해서 0이 버틴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생각해

무리수와 허수를 거부하며 완전하다고 자부했던 아페이론 학파들이 


지혜도 없고 불완전한 허수들에 의해 공격당하는 엔딩과 대비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