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채널

안녕하세요.

콘서타 부작용 관련 질문 글을 올렸는데

읽어보니 많이 우울한 글도 보여서

제 경험담을 조금 이야기하면서

여러분과 저 모두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 이런 글을 적어봅니다.


1. 어릴 때 부터 잘하는게 없었다

지금 어릴 때를 회상해 본다면, 정말 ADHD가 맞았던것 같습니다. 똑같은 말과 이야기를 계속 하고, 마음에 안들면 주변을 어지럽히면서 뛰어다니고, 주변 사람들을 참 귀찮게 하던 사고 뭉치였습니다. 오죽하면, 옆집에 사는 이웃이 저때문에 이사를 갈 정도였습니다.

받아쓰기는 맨날 10점에, 수학은 맨날 보충 수업. 국어 문법은 제대로 맞춘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부모님은 맨날 학교에 출석하셨고(아이가 너무 부산하고 머리가 나쁘다와 같은 이유로 자주 호출 당하셨습니다.)

맨날 혼나는게 일상이었습니다.


2. 재밌는건 잘 했는데, 공부가 재밌었다?(아니었다)

그치만 재밌는걸 할 때는 정말 결과가 좋았습니다. 대표적인게 6살때 부터 만들고 놀던 프라모델인데, 항상 소란스럽던 제가 무엇인가를 조립을 할 때는 쥐죽은듯이 조용하게 6~7시간을 가만히 조립에만 몰두하곤 했습니다. 부모님도 이걸 아셨는지 매달 원하는 조립 장난감을(부품수가 엄청 많은것으로, 그래야 오래 조립하니까) 사주셨습니다.

이렇게  평소에는 부산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집중하는 방법을 알게되니, 부모님께서는 이걸 공부에 적용해보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집중력 장애가 있는 아이가 공부에 잘 적응 할리가 없었습니다. 엄청 맞고 혼나면서 겨우 겨우 1년만에 책상에 1시간 이상 앉아있는걸 익혔습니다.(사실 강제로 앉아 있는겁니다만) 그러고 조금 부모님의 기대와 감정을 눈치채고 공부를 시작했는데, 집중하는 방법은 알았는지 공부를 시작하면 성적은 나쁘지 않게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공부하는 시간에 비하면 절대 높은 성적은 아니였습니다. 하루에 7시간 공부를 하고(초등학생 때) 70점 정도를 받았으니, 머리가 좋은 친구라면 90점은 받을 공부량을 70점 정도의 결과밖에 받지 못하는 겁니다.


3. 3번이나 분야를 바꾸고 전부 실패함

어릴때 ‘가면라이더 드래곤’이라는 특촬물을 너무 좋아했는데, 거기에 나오는 변호사가 정말 멋져보였습니다. 그래서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는 변호사를 해야겠다 라는 목표로 법에 관련된 공부를 하기로 결심했고, 고등학교 또한 법학관련 학교로 진학에 유리한(그런 사립고가 집 주변에 있었습니다.) 학교로 진학하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제 머리로는 너무나 적응하기 어려운 곳이었습니다. 법학이라는건 사실 많은 법들을 기억하여 시의 적절하게 적용과 해석하는 것이 주된 학문인데, ADHD인 제가 기억력이 좋을리가 없었습니다. 때문에 막상 고등학교 진학후에도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성적은 맨날 하위권에, ‘공부는 열심히 하는데 성적은 나쁜 미련한 친구’ 로 낙인 찍혔습니다.

당연히 수능 성적이 좋을리도 없고, 언수외탐구12 17166으로 인서울권 진입은 실패하였습니다.

결국 재수를 하였는데 이때 분야를 생명공학으로 바꾸었습니다. 1년만에 분야를 바꿨는데 성적이 제대로 나올리도 없고 오히려 수능 성적은 더 떨어졌습니다.

그렇지만 다행인건 이과 지원의 이점으로 논술 고사에 3차 추가 합격에 겨우 겨우 붙어 인서울 최 하위권 대학에 겨우겨우 붙어서 들어갔습니다.

근데 막상 또 들어가보니 생명공학이 너무 안맞았습니다.

애초에 암기를 잘 못하는데 생명공학의 분자식이나 기호, 주기율표를 외울리가 없었습니다. 1학년 성적은 D, 2학년 때는 학사 경고를 받았습니닼

그렇게 돌고 돌아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인기라고 프로그래밍을 공부해봤는데, 집중력이 낮아 하나하나 빼먹는 습관이 어딜가지 않는다고, 코드를 짜도 무언가 하나씩 꼭 빼먹어 프로그래밍에도 에로 사항이 너무 많았습니다.

결국 돌고돌아 다시 법학 공부로 돌아갔지만, 반년을 투자해봐도 결과가 안나왔고

다시 생명공학으로 돌아가 약학(peet) 공부도 1년 반동안 해봤지만 성적이 단 10점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20대 중후반

법학,약학,프로그래밍,생명공학 다 공부해봤지만

어느하나 제대로 한것도 없고

실패했습니다.


4. 7년만에 인공지능에 적성을 찾다

7년만에 인공지능을 공부해보라는 부모님의 조언을 듣고(뉴스에서 인공지능이 좋다는 기사를 듣고 넌지시 이야기해주신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없이 인공지능이라는 것을 공부해봤습니다. 정말로 다행이었던 것이, 인공지능이라는 학문은 물론 프로그래밍이 들어가지만, 그것보다는 수학, 정확히는 수리통계와 분석에 가까웠습니다.

그리고 마치 어릴때 좋아했던 조립 장난감처럼, 상황에 맞는 적절한 AI기법을 찾기위해서 여러 방법과 도구를 가져와서 어떤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적절한지 맞춰가는 방법이 주된 일이었습니다. 모든 공부가 새롭고 어려웠지만, 유일하게 AI만큼은 성과도 나오면서, 너무나도 재밌는 학문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초등학생 때 부터 약 20년간 실패만 했던 저에게 노력한다면 성공을 안겨주는 ‘재미있는’ 적성을 찾았습니다.


5. 그래서 지금 현재

현재 대기업에 입사하여(면접도 정말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건 다음에 적어보겠습니다.) 박사과정 지원을 받고 sky권 대학교에서 인공지능 박사 과정을 공부중에 있습니다.

재밌는건 저는 박사 과정을 밟기 전까지 제가 ADHD인줄 몰랐습니다. 애초에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고, 본인이 조금 머리가 나쁜것이지, 집중력결핍 장애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현재까지 제가 이뤄낸 결과들이 ‘ADHD가 있는 상태에서’ 해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정신과에서 검사를 받고 알게된 내용인데, ADHD가 저의 지능의 30%가량을 먹을 정도로 머릿속이 많이 멍하고 복잡하다고 담당 의사가 말해서 그때서야 ADHD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빨리 치료를 받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더 편하게 더 좋은 결과를 얻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지금 듭니다만, 이렇게 심각하게 집중력이 낮은 저 또한 본인 적성에 알맞는 무엇인가를 찾는다면, 남부럽지 않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자신있게 여러분 또한 본인이 상황에 위축되지 마시고, 문제가 보인다면 치료하면 되는 것이고, 단지 지금 아직까지 본인의 길을 찾지 못한것이라고 생각하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해주시면 어떠할지 권면드립니다.


6.마치며


어릴때 습성을 좀 적어보려고 하는데, ‘이정도였던 사람도 지금 박사 과정을 밟는다!’ 정도로 우스갯소리로 읽고 넘어가주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실타래 인형극을 해야하는데, 실을 안가져와서 청바지를 가위로 잘라서 실을 뽑아낼거라고 바지를 가위로 자름

-신발주머니 50번가까이 잃어버림

-급식으로 나온 우유를 사물함에 넣고 잊어버려 사물함에서 터져버림(초등학교 6년 내내)

-수학여행 때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가 공연에 눈이 팔려 미아가 됨

-20살때 해외에 놀러갔다가 해변가가 너무 이뻐서 걸어다니다가 일행이 미아로 경찰에 신고함

-대학교 기말고사를 잊고 놀다 교수에게 전화가 옴

-여자친구 생일을 까먹어 이별통보 받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