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깊이는 주제와 서사성(플롯) 등에서 나온다고 하지만, 나는 굳이 그렇게 쓰지 않았다. 남겨두고 싶은 상상들, 내가 겪어본다면 어떨까 싶은 상황들, 그려보고 싶은 장면들― 그런 걸 펜 가는 대로 쓴 것들이 소설의 형태를 취한다는 이유로 '소설'이라고 묶었을 뿐이다. 쉽게 말해 그동안 '유사 소설'을 끄적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니 정말 소설을 소설로 읽는 사람들에게는 내 글이 단순히 여러 장면의 묶음 정도로 읽혔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들도 몇 가지 생각해봤는데... 1) 일단 내가 소설을 여러 장면의 묶음으로만 읽어왔고 -거의 모든 소설은 내 머릿속에서 '와 재밌다, 대단하다, 나도 이런 거 써야지.'로 끝났다- 2) 쓸 때도 떠오르거나 느끼는 대로 썼으며 3) 머릿속에서 특정 장면이 끝나면 그대로 글을 끝냈다. 이러니 '문학적 가치가 있다고 하기에는 어렵다'는 피드백이 나오지.

각설하고, 조금이나마 감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아 참 다행이다. 서사성이 여러 장면의 묶음을 진짜 소설로 만들어주고, 더 효과적으로 읽히게 한다는 걸 점점 느끼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주제... 개인적으로는 주제라는 단어보다 테마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충분히 논설문으로 쓸 수 있고, 그게 더 효과적이니까. 

앞으로 깊이 있는 테마와 서사성을 지닌 글을 목표로 해야겠다 -아직 소설로 묶어도 괜찮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