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의 스텔스 전력과 해군의 항공모함과 더불어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M1 에이브람스.


최강의 군대답게 기갑전력도 여러가지 걸작을 뽑아냈다. 여기선 이 기갑장비들에 붙은 명칭에 대한 이야기를 해본다.


M3 리/그랜트


2차대전 참전하게 되면서 부랴부랴 군비 확충한 미국이지만 당시 개발해놓고 있던 37밀리 주소를 탑재한 M2 전차는 순식간에 구식이 될 만큼 전장의 규모도 크고 전차들도 하루가 다르게 체급이 바뀌고 있어 도저히 그대로 내놓을 수 없었다. 그렇다고 유럽전선이 프랑스가 6주만에 털리고 영국은 개인화기까지 모자란 마당에 처음부터 새 전차를 설계할 여건이 안됐다. 결국 급한대로 M2 전차에 75밀리 포를 달고 가기로 하는데 체급상 도저히 포탑에 못다니까 그냥 차체에 박았다. 저 사진만 봐도 딱 주포 움직이기 각 안나오게 생겼다 소리 나오지 않나......


그래도 당장 말라죽게 생긴 마당에 어쨌든 고화력의 주포를 단 기갑장비가 생겼고 여기에 미국 특유의 대량 생산&신뢰성이 겹치니 급한 불을 끄는데는 성공했다. 아프리카 전선에서는 넓고 뚜껑 열 곳도 많아서 당장 전투만 아니면 독일 전차에 비해 전차병들이 비교적 시원하게 지냈다고(어디까지나 비교적). 그렇게 M4 셔먼이 배치될 때까지 소방수 역할은 해냈다.




전차명의 모티브가 된 로버트 리 장군. 남북 전쟁 당시 남부의 사령관으로 명성을 날렸고 인품도 훌륭해 남군 병사들이 개고생하는 와중에도 충성을 다했고 전후 대학 총장이 됐을 때 남부는 물론 북부에서도 학생들이 몰려들었다고.



전차명의 모티브가 된 율리시스 그랜트. 북군의 사령관으로써 나중에 미합중국 대통령이 된다. 그랜트 명칭은 전차를 인수받은 영국군이 독자적으로 개량하면서 붙인 이름.





2차대전 당시 미군의 군마 M4 셔먼. 


불타는 지포 라이터니 뭐니 해도 어쨌든 전차로써 역할은 확실해 했다. 티거 밥이니 어쩌니 하지만 전쟁터에서 1대1로 싸우는 것도 아니고 항공과 포병 전력, 필요할 때 필요한만큼 와주는 능력이면 충분하다. 


또한 신뢰성도 뛰어나 랜드리스로 받은 소련군도 호평할 정도.



전차명의 모티브가 된 윌리엄 테쿰세 셔먼. 


북군 장군으로써 남부 한복판을 가로질러가는 바다로의 진군을 통해 남부의 생산력과 기반 시설을 초토화시키는 당대의 상식을 초월하는 기동을 펼쳐 훗날 적국의 후방에 위치한 산업기반을 조지는 전략 폭격의 선구자라고도 한다. 적지로 진격해 들어가는 전차명에 어울리는 이름. 근데 이건 영국이 붙인 이름이라고.


여담으로 테쿰세는 인디언 추장 이름 붙인 건데 이래놓고 인디언 조지고 다님(...)테무진이냐


대전차 자주포   M36 잭슨


어쨌거나 독일의 중장갑 고화력의 전차를 상대할 물건은 있어야 겠기에 일단 화력에 집중해 나온 M36 잭슨. 화력은 90밀리지만 장갑은 약한 걸 넘어 아예 윗뚜껑이 없는 막장이었지만 무기는 일단 화력만 쎄면 어떤 전장에서든 기본은 먹고 들어간다. 우리에겐 소년전차병으로도 유명한 국군의 첫 정식 기갑전력도. 본 사람 있을지 모르겠는데 본격 탱크로 만화에서 인민군이 끌고온 치하 땅끄와 대환장 기갑전을 벌였지(...)



전차명의 모티브가 된 토마스 잭슨 장군. 스톤월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그는 남북전쟁에서 남군으로 참전, 리 장군의 오른팔로써 과감한 공격 전술을 즐겨 썼다. 근데 얘가 좀 이상하다고...... 교관 시절에 교재 내용 그대로 따라 못하면 빠꾸 먹이고 몸 균형 맞춘다고 한쪽팔 들고 다니고....... .리: 애가 좀 모질해도 싸움은 잘해!


중(重)전차 M26 퍼싱


드디어 나온 게르만 호랭이 사냥꾼. 다만 2차대전 끝물이라 독일 전차들도 간간히 나오고 싹 갈려나가 실력도 하향평준화된 터라 그렇게 쌈빡하게 맞부닥치진 못했다. 오히려 몇년 있다가 터진 한국 전쟁에서 T34는 좀 잡음.



전차명의 모티브가 된 조지프 퍼싱. 1차대전 당시 미군의 총사령관이자 조지 워싱턴, 율리시스 그랜트와 더불어 단 셋 뿐인 대원수.왜 김일성 생각나고 그러냐 전쟁터에 담배 더 많은 담배 요구한 상골초임과 더불어 유럽 전선에서 전차들의 활약을 보고 미군에도 기갑부대의 충성을 추진한 인물이다. 그런 인물인만큼 가장 강력한 전차로 유럽에 돌아온다는 상징성이 나타난다.


M46


M47


M48




알겠는가?




그놈은 패튼이었다. 그놈도 패튼이지. 그놈도 패튼이 될 것이다.


무려 3대에 걸쳐 그 이름 돌려먹은 빌어먹을 개새끼 패튼이다! 으아아 미친씹놈이다


원판이 거기서 거기라고 해도 번호가 두번이나 바뀌는데도 이름이 유지되는 지랄맞음을 보면 답다 다워(M60은 정식으로 패튼 계열이 아니라고). 가라 가다 뒤질 거 같아도 가라, 가다 뒤지면 다시 일어나 가라 하는 사상을 증명하느라 그런지 패튼은 아직도 살아있다.




공수전차 M551 세리던


미국이 야심차게 개발한 공수전차지만 서로 상극인 공수와 기갑이 어울리기는 쉽지 않다. 잘 꾸며진 비행장에 내리는 거야 좀 큰 수송기면 대형 전차도 무리없이 하지만 이건 잘해야 포장도 안된 야전활주로, 심하면 낙하산 메고 내던져야하는 공수 전차다. 따라서 무게 줄이기 위해 물장갑이 되어가고 이거 개발될 시 미사일 만능주의처럼 첨단! 미래! 이런 사상 때문에 최신 장비를 야전 고려 안하고 막 넣다보니 베트남 같이 덥고 습한 곳에서는 고장이 잦았다.


그래도 미군이 신속하게 전개될 필요가 있는 전장에서 중장비를 갖춘 본대가 올 때까지 보여주는 역할을 잘 수행했고 152밀리 주포는 똥파워인 덕에 꽤 쓸만했다. 그리고 물장갑도 어디까지나 제대로 무장된 대규모 지상군 상대 얘기지 파마나 침공처럼 적 수준이 약하면 에이브람스나 이놈이나 탱크는 탱크 역할을 충실히 보여줬다.


전차명의 모티브가 된 필립 세리던 장군. 남북 전쟁 당시 북군의 기병대를 지휘한 인물이다. 남북전쟁 후 인디언 전쟁에서도 활동했는데 그 유명한 죽은 인디언은 좋은 인디언이다 라는 말을 했다고. 사실 원래 말뜻은 학살된 인디언들은 죽을 죄가 없는 선량한 인디언이라는 뜻이라고도 하고 아예 그런 말 안했다고도 하는데.


어쨌든 셔먼과 마찬가지로 기병대 지휘관 이름으로 기동전의 핵심 전차, 그것도 공수 전차라는 신속성을 추구한 이름으로 걸맞는다.



이거 이름 모르면 인민군도 아닐 M1 에이브람스.


걸프전 이래 미군이 가는 전쟁터에 항상 나타나 적의 국토에 열화우라늄 막대를 박아버리는 사신. 


성능이나 활약상은 말하면 트래픽 낭비다.



전차명의 모티브가 된 클레이튼 에이브람스 대장. 


2차대전 당시 패튼(!)이 가장 신뢰하는 전차부대 지휘관으로 독일 기갑부대를 개잡듯 패고 다닌 인물이다. 유명한 어록으로 포위 당했다니까 사방 안가리고 조질 수 있겠다며 응수한 걸로 유명(이거 최불암 시리즈에 나온건데).


미 육군참모총장으로 있으면서 M1 개발을 지시했는데 핵과 미사일 만능주의가 다니던 시절에 전차를, 그것도 48이나 60처럼 막 찍어내는 것도 아닌 최신 기술을 적용해 만들 필요가 있냐며 비판을 들었지만 결국 전차는 지상전의 핵심임을 모두가 알게 되고 오늘날까지 견고한 열화우라늄 덩어리로써 미국의 적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고......



M2 브래들리


아무리 에이브람스가 강력하다고 해도 사각은 있기 마련. 그 빈틈을 메워주고 지상전의 결국 보병이 밟아야 끝나는 것임을 고려할 때 그 보병을 전장까지 이송시키고 화력을 지원해줄 보병전투차가 필요하니 그것이 바로 M2 브래들리.


에이스람스와 마찬가지로 이것 역시 걸프전 이래 미 지상군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존재다. 


전차명의 모티브가 된 오마 브래들리 원수.


아직까지 미군의 마지막 원수이며 이후로 원수 계급이 안나오고 있다.나오면 3차대전


저 사람 좋아보이는 인상답게 2차대전에서 아이젠하워 모시랴 패튼 지랄 달래주랴 쎄빠지게 고생한 양반인데 전차를 지원하고 보병을 지켜주는 보병전투차의 이름에 걸맞아 보인다.




여기까지 보면 알 수 있는 사실. 이제까지 나온 명칭은 전부 정성들 이름에서 따온 거다.




간간히 폭스나 드래곤 같은 명사도 있긴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유독 장성 비중이 높다. 사실 전쟁터에서 활약한 건 병사나 부사관, 초급 장교들도 많을텐데. 이건 차별이다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차별이라기 보단 한가지 징크스가 있으니......






앨빈 C.  요크 병장꾸는 행보관인데


1차대전에 미 육군으로 참전해 생미엘 전투에 투입. 갑작스런 공격에 분대원들이 묶이자 혼자 독일군 기관총 진지로 돌격, 무쌍난무를 찍으며 기관총 32 정 노획, 28명 사살, 132명 생포라는 아놀드 주지사 전성기 때 영화에 나오던걸 실사로 찍어버린다.


특히 권총으로 제압한 게 정말 대단한데 혼자 여러명 상대하면 혼돈에 빠져야 정상인데 자신에게 달려오는 적들에게 앞에 놈부터 쏘면 뒤에놈들이 총질할까봐 안보이게 맨 뒤에 놈부터 사살하는 전략적 사고와 명사수 실력을 보여줬다.


이에 명예 훈장을 수여받고 프랑스군 지휘부로부터도 훈장을 받는 전쟁영웅이 됐고 2차대전 때 국민들 사기를 독려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도 나오는 등 화려한 유명세를 누리는데......







M247 서전트 요크 자주대공포


이런 전쟁영웅이 이름을 딴 장비답게 미국은 1970년말에 최신 기술을 때려박아 넣어 만들었다. 문제는 그게 너무 과도했다. 저거 레이더를 F-16용 AN/APG-66용을 썼는데 전투기 레이더니까 존나 까리하겠지?하는 생각일지는 몰라도 지면 충돌에 덜덜거리는 기갑장비 안에 넣을 물건이 아니었던 거다. 툭하면 고장은 일쑤라 시험 사격하는거 관람온 높으신 분들한테 포탑에 돌리는 기열찐빠짓까지 터졌다.


게다가 이거 만든 곳이 미군이다. 그렇다. 세계 1위 공군, 세계 2위 해군 항공대 세계 3위 대충 미국 어디...... 땅은 그 땅에 사는 여러분의 것입니다. 그러나 하늘은 합중국의 것이에요 하는 놈들이 방공장비를 만들었는데 장거리 미사일이라면 모를까 대공포 따위가 차지할 자리는 없었다...... 결국 50대만 만들고 나가리.


저 전설적인 전쟁영웅의 이름을 딴 거 치곤 내적 외적으로나 개판이 되버렸고 이게 미군 장비명명의 첫 징크스가 되어버렸다.





스튜어트 S. 스트라이커. 2차대전 유럽 전선에서 전사.


로버트 F. 스트라이커.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


응 그거야





스트라이커 장갑차


미 해병대가 LAV-25 차륜 장갑차를 유용하게 써먹는 걸 보고 미군 역시 차륜 장갑차가 필요함을 느끼고 분쟁 지역에 좀 더 신속하게 파견될 필요를 느끼고 개발된 장갑차. 


특히 모듈형이라는 개념을 잡고 원본에 약간의 수정만 하면 직사포, 미사일, 박격포, 지휘형, 화생방형등 다양한 버전이 있다는 점이 구미에 당겼다. 여기에 당시 나타난 네트워크전의 개념을 도입하면 소수의 병력으로 저렴하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이 구미에 당겼다.


그리고 이라크전이 발발하고...... 지옥이 시작되었다.


최소 50만이 필요하다는 군부 의견을 잘라버린 높으신 분들 의중에 따라 동맹국까지 30만도 안되는 병력으로 이라크를 점령한 미군은 스트라이커 장갑차 부대에 기대를 걸었지만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일단 이라크는 후세인 치하에서 재래식 군사력을 잔뜩 비축해둔 상태였고 이라크 정규군 자체는 쉽게 제압했지만 이들이 무너지면서 풀린 고화력의 로켓, 미사일, 폭탄들이 저항세력들 손에 들어가면서 경장갑인 스트라이커는 신나게 얻어터지기 시작한 것이다. IED에 당하면 브래들리나 스트라이커나 파손되는 건 매한가지라지만 최소한 내부 인원은 보호되는 기존 중장비와 달리 스트라이커는 중량조차 가벼워서 붕 떠버리기 일쑤고 내부 인원들은 그대로 피해 입어야 했다.


사실 이런 류의 경장갑차량은 어디까지나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가 있고 그 안에서는 밥값은 충분히 한다. 이미 상술한 M3나 M551 같은 경우도 제한이 있지만 제 몫은 충분히 해낸 것처럼.


그런데 높으신 분들은 현지 상황도 파악하지 않은채 밀어넣었고 성과나올 때까지 버티느라 중장비로 교체는 커녕 지원조차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실제로 이당시 사막 전투벅 위에 얼룩무늬 방탄복 걸치고 다닌 미군도 흔하게 보일만큼 미국의 전쟁은 굉장히 서둘렀다) 심지어 이라크 지형에서 올리브 도색 눈에 띄니 사막 도색이라도 해달라는 것도 짤렸다. 왜 돈 드니까. 당시 높으신 분에게 전쟁 벌여서 패권질은 하면서도 돈드는 짓은 절대 안된다는 신념이 있었다.




그렇다.










현대 미군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새끼를 찍으면 대충 맞다.



이렇게 미군 지상 장비에는 비장성 이름으로 장비명을 붙이면 요상하게 일이 꼬이는 징크스가 있다. 







M10 부커


미국의 신형 공수 전차다. 문제는 이놈도 2차대전에서 전사한 로버트 부커 일병과 이라크 전쟁에서 전사한 스티븐 부커 하사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


참고로 라이벌이었던 M8  뷰포드는 남북전쟁 당시 북군의 장군 이름이었다.




과연 이 징크스를 넘어갈 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