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전에 푸리냥 만질만질하는 게임 (https://arca.live/b/genshin/104211787)을 올렸었는데, 거기 댓글에서 푸리나 채널의 존재를 알았습니다. 푸연시를 만들고 있는데 푸연시 만들면서 찾아본 내용이 고찰에 도움이 되실까봐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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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씹덕게임을 개발하는 전희미입니다.


지금은 2024년 원신축제 (축제 안하면 2024년 하반기)에 공개 예정인 푸리나 미연시, 500년의 인터미션 -푸리나와 당신의 2인극- 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 게임을 만들고 있는 이유는, 푸리나 자체의 매력에 더해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깊은 푸리나의 서사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푸리나의 운명의 자리는 그 서사를 설명해주는 하나의 요소인데요, 이번에 이에 대한 고찰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하 당연하게도 스포가 가득한 내용이니 마신임무 4장 5막 및 푸리나 전설임무를 클리어하지 않으신 분들은 읽을 때 주의해주세요)


푸리나의 운명의 자리는 실제 오페라에서 가져온 이름이다.

푸리나의 운명의 자리는 전부 실존하는 오페라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렇기에 이탈리어어 버전을 원문으로 간주하여 찾아야합니다. 오페라의 발상지가 이탈리아이기에 오페라의 원문이 이탈리어어로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눈물의 1돌)

우선 앞에서부터 하나씩 봐보겠습니다.


  • 1돌: 사랑은 애걸해도 길들일 수 없는 새
    • 조루즈 비제의 오페라, 카르멘 의 아리아인 하바네라 의 첫 가사인 L'amour est un oiseau rebelle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ref
  • 2돌: 여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부평초
    • 주세페 베르디가 작곡한 오페라인 리골레토 의 아리아인 여자의 마음(La donna è mobile) 의 첫 가사의 여자의 마음은 흔들리는 부평초처럼 이리저리로 흔들린다오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ref
  • 3돌: 내 이름은 그 누구도 모르리라!
    •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인 투란도트의 아리아인 아무도 잠들지 못하리 (Nessun dorma)의 가사인 하지만 내 비밀은 내 안에 같혀져 있고, 내 이름은 그 누구도 모르리다!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ref
  • 4돌: 저승에서 느낀 삶의 소중함!
    • 자크 오펜바흐의 오페라인 지옥의 오르페 의 합창곡인 포도주 만세, 플루톤 만세! (Vive le vin, vive Pluton) 의 가사인  Si l'on comprend la vie,: Amis, c'est en enfer 을 번역해 가져온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천국과 지옥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졌습니다.)
  • 5돌: 난 알았노라, 그대의 이름은…!
    • 3돌파와 같은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인 투란도트 의 곡인 Diecimilla anni al nostro imperatore 2의 가사, conosco il nome dello straniero! Il suo nome è… 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ref
    • 이 곡은 아리아/합창 파트가 섞여있는데, 가사의 부분은 아리아에 해당됩니다.
  • 6돌: 모두 사랑의 축배를 들렴!
    • 베르디의 오페라인 라 트라비아타 의 듀엣/합창 곡인 Libiamo ne' lieti calici 의 제목이자 첫번째 가사에서 가져왔습니다.

이는 이미 다른 분들이 많이 찾아주신 내용이긴 합니다만, 여기서 더 나아가 고찰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렇게 오페라의 특징들을 나열하고 보면 보이는데요, 이 오페라들은 아무거나 선택된 것이 아닌, 푸리나의 서사를 표현하기 위해 매우 적절히 선택되었다는 사실입니다!


4,6돌을 제외하고 전부 솔로 보컬로 진행되는 아리아 파트이다

합창 파트의 가사가 인용된 4돌인 지옥의 오르페, 듀엣 파트가 인용된 6돌의 라 트라비아타 를 제외하고 전부 오페라의 아리아 파트의 가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푸리나가 500년동안 예언을 막기 위해서, 홀로 연기를 했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그렇다면 4돌하고 6돌은 왜 합창파트에서 인용하였을까요? 푸리나 혼자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4돌 : 폰타인의 사람들이 푸리나에게 부르는 노래

4돌의 노래는 여행자와 그의 동료들인 폰타인 사람들이 푸리나에게 향하는 노래이기 때문입니다. 즉, 푸리나가 부르는 아리아가 아닌, 푸리나를 제외한 사람들이 부르는 합창입니다.

즉… 요 상황에서의 폰타인 사람들의 심정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오페라의 특징을 알아야합니다. 이 오페라는 오르페우스 신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기본적으로 여기서 골격만을 따온 후 시대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주가 됩니다. 모두가 아는, 이미 많이 각색된 오르페우스 신화의 내용을 겉면으로는 따라가면서, 세부적으로 전혀 다른 내용을 넣어 나오는 아이러니를 즐기는 오페라입니다.

포도주 만세, 플루톤 만세 의 내용 또한 이런 배경에서 봐야합니다. 이 노래의 내용은 표면적으로는 지옥에서 포도주를 마시며 명계의 신인 플루톤(플뤼통)을  찬양하는 내용입니다만, 이 플루톤이 이 오페라에서 바람을 피며 문제를 일으키는 등, 매우 방탕한 신으로 묘사됩니다. 지상에서는 구하기 힘든 포도주가, 플루톤이 관할하는 지옥에서는 넘쳐나는것처럼 말이죠.

즉, 이 오페라는 겉으로 보기에는 나라에 예언이 다가오고 있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대책도 안세우는, 그리고 디저트만 먹으며 공연 관람이나 하고 있는 푸리나에 대한 폰타인사람들의 풍자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6돌: 푸리나와 포칼로스의 듀엣과, 폰타인 모든이들의 합창곡


6돌 같은 경우에는, 푸리나와 포칼로스의 듀엣으로 보입니다. 곡의 내용 자체는 술과 노래를 즐기자는 내용이지만, 듀엣으로 시작하여 점점 코러스가 추가되어 코러스로 마무리된다는 점이 주목할 점입니다.

이는 푸리나와 포칼로스의 듀엣으로 시작된 예언이 끝나고 모두 사랑의 축배를 들며 평화로운 마무리를 하는것에 대응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평화롭게 축제를 마무리한다? 푸리나 PV의 마지막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상됩니다.

하지만 이 즐거운 PV에서도 사람들은 어질러저있는 배경을 언급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관련이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관련이 있습니다.

이 밝은 곡이 도입부로 쓰였지만 라 트라비아타 는 기본적으로 비극적인 결말로 끝납니다. 주인공의 여성은 극 마지막에 사망에 이릅니다. 즉, 이 오페라의 모두 사랑의 축배를 들렴! 은 오페라의 비극을 강조하는 효과로 사용되는 대조적인 도입입니다. 즉, 이 PV에서 모두가 행복했지만 극의 여주인공은 계속 그럴까요?

푸리나는 실제로 이 곡이 끝난 깊은 우울증에 빠집니다. 캐릭터 스토리를 통해 전설임무 시점까지 사람들에게 필요가 없어졌다 생각하는데, 이것은 사회적 죽음과 동일합니다. 그런 죽음과 같은 고통을 겪으며 푸리나는 힘든 시간을 보냅니다.


즉, 푸리나의 운명의 자리는 푸리나의 500년의 서사를 나타내고 있다


4돌과 6돌로부터 인용된 오페라와 그 곡의 부분이 푸리나의 서사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을 추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4,6돌에만 그치지 않고, 1,2,3,5돌 전부 푸리나의 이 500년 서사를 순서대로 깊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인용된 오페라들이 전부 아리아에 해당되는 만큼, 푸리나 혼자의 서사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분석글은 슬슬 점심밥을 먹고 싶기 때문에 나중에 2편으로 올리겠습니다. (다음주 주중에 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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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년의 인터미션 은 예언이 끝난 뒤, 많은 상처를 받고 사람들을 피하게 된 푸리나의 유일한 파트너가 되어서, 푸리나와 연애하며 푸리나를 치유하는 미연시 게임입니다.

제목과 같이, 500년의 예언이 끝난 후와 푸리나 전설임무, 그 사이의 시간대가 배경입니다.

절찬 제작중이니 관심있으신 분은 제 트위터 (@_pula39) 를 팔로우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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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ion에 쓴 글을 옮긴거라 포맷이 다소 깨져있을수도 있어요. 


원본은 -> https://knotty-stay-da8.notion.site/1-f0a89458b3464e1aa2602f7acf30e49e?pvs=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