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나?
유치원 때 벚꽃이 지는 걸 보고 다신 벚꽃을 못 볼 줄 알고 슬퍼서 울고 있었는데 네가 내게 다가와서 한 말을 말이야.
사랑하는 상대에게 더 멋진 새 옷을 보여주고 싶어 갈아입는 거라고.
그 때부터였을거야. 네가 남자로 보였던 게.
기억 나?
초등학교 때 항상 붙어다녀서 우리 둘이 사귄다고 다들 놀릴 때 넌 나보다 하늘과 구름이 더 좋다고 말했던 걸 말이야
그 말 때문에 난 토라졌지. 울면서 말이야.
그 땐 왜 그랬나 모르겠어. 그 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지만 그래도 후회하진 않아.
내가 너의 구름이고 하늘이란 소릴 들었으니까.
기억 나?
우리 가족도, 당신 가족도, 당신의 진로를 크게 반대한 거 말이야.
위험하다는 이유로. 죽을 수도 있다는 이유로.
하지만 당신은 꿈을 포기하지 않았지.
사실 난 알고 있었어. 우리가 뭐라 해도 네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걸.
당신은 목표를 정하면 그거 하나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니까.
그리고 나도 그런 당신을 사링했기에, 당신의 꿈을 밀어줬지.
기억 나?
당신이 그토록 갈망하고, 원하던 공군사관학교에 합격 됐을 때 말이야.
우리 가족, 당신네 가족 모두 모여앉아 하하호호 웃으며 식사한 게 난 아직도 생생하게 느껴져.
그도 그럴게 그 날, 당신은 짐승처럼 날 거칠게 범했으니까.
기억 나?
졸업 후, 당신이 내게 프러포즈했던 그 순간을 말이야.
당신답다고 해야할까. 이벤트도 없이 우리 집 앞에 있는 활짝 핀 벚꽃을 보자마자 '결혼할까?' 이렇게 한 마디만 툭 던진 줄은 몰랐거든.
그래도 그런 당신이 너무 좋았기에, 나에게 프러포즈를 해준 사실이 너무 기뻐 눈물을 펑펑 쏟았지.
눈이 따가워질 정도로. 얼굴이 퉁퉁 부을 정도로.
그래도 내심 기대하고 있었다? 언제 한 번 친구들처럼 화려하게 프러포즈를 다시 해줄 거라는 걸 말이야.
기억 나?
우리 아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말이야.
당신은 뛰어왔는 지 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엔 떨어진 벚꽃 잎이 붙어있는 지도 모르고 병실에 들어온 그 모습이 난 아직도 아른거려.
그도 그럴게 당신의 벚꽃 잎 때문에 우리 애 태명을 '봄이'으로 지었으니까.
그리고 고생했다며, 자리를 지키질 못 해서 미안하다고, 날 껴안으며 사과했지.
솔직히 그 때 생각하면 당신이 군인이라는 게 원망스러워.
하지만 어쩌겠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군인인 걸.
기억 나?
당신이 반드시 돌아올 거라는 약속을, 벚꽃이 새 옷으로 갈아입기 전에 돌아올 거라는 약속을, 나와 우리 아이에게 했다는 걸 말이야.
당신은 말했지. 후방부대라 위험하지 않을 거라고.
타국에서 온 군인이 죽게 내비두지 않을 거라고.
그리고 갔다오면, 당신이 돌아오면, 내가 줄곧 가고 싶었던 해외 여행을 해 보자고 약속했으니까.
그래서 보냈어.
당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당신은 약속을 어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아니니까.
우리 아이도 아빠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아니까.
그래서 오늘도 벚꽃의 만개를, 새 옷을 보여주는 걸 기다리고 있어.
그 때 당신이 온다고 약속 했었으니까.
추신 :
당신, 오늘 손녀가 이 편지를 저에게 주더라고요.
할머니가 쓴 편지냐며, 옷장에서 발견했다고.
그래서 오랜만에 읽어보는데 새록새록 생각이 나네요.
당신을 만났던 날, 당신과 결혼한 날, 당신의 아이가 태어난 날, 그리고.
당신이 떠난 날까지.
아직도 잊혀지지가 않아요.
세계평화유지군으로 간다해서 걱정할 일은 없다고 해서 걱정하지 않았는데
당신이 전투에 휘말려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 날, 정복 입은 군인들이 찾아온 그 날, 얼마나 목 놓아 울었는 지 당신이 알까요?
무너지고 싶고, 당신을 만나러 가고 싶었지만 당신이랑 똑같이 생긴 아이 때문에 포기할 수 없어 버티고 버티다...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울 아이의 결혼식도 보고,, 손녀의 재롱도 보고... 당신도 그 때 같이 봤나요?
제가 아는 당신이 맞다면 안 봤을 거 같네요. 당신이 그렇게나 좋아하는 하늘에서 비행기나 몰고 있을 거 같으니까요.
이럴 줄 알았다면 저도 시부모님이랑 같이 당신이 파일럿이 되는 걸 반대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 한 게 너무 아쉽네요.
그래도 그 비행기에 당신 옆 자리는 남아있죠?
남아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늘과 구름에만 미쳐서 다른 여자는 쳐다보지도 않았을 거 같거든요.
거기다 저도 당신을 잊지 못 해 이 늙은 백발 노인네가 될 때까지 혼자 지냈는 걸요?
그러니 만약 당신을 보러 가게 된다면 저도 꼭 태워주세요.
그 때의 약속처럼, 못한 여행이라도 같이 하게요.
그리고 만약 당신을 보게 된다면.
화려하게 프러포즈 해주세요.
드라마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에게 프러포즈 하는 것처럼 화려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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