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터널 리턴 채널

이건 대충 6년쯤 전에 

내가 고딩이던 때에 실제로 겪은 일인데

그때 당시에 나는 정신적으로 되게 힘든일이 많아서

학교에서 자다가 악몽꾸고 가위눌리고 그랬음

그때 꿨던 펭귄 나오는 악몽이 아직까지도 최악의 악몽인데, 이건 나중에 기회되면 풀거고

오늘 얘기할건 귀신 본 썰이야


보통 귀신을 봤다는 썰이나 공포영화같은걸 보면

으슥한 골목, 해가 진 뒤의 학교, 문닫은 정신병원같이 

사람이 없고 어둡고 으스스한 장소에서 귀신이 나오잖아?

근데 난 오후 4시에 

사람들 많이 다니는 대로 한복판에서 봤어


그날은 엄청 더운 날이었어

여름방학까지 얼마 안남은 기말고사 시즌이었지

그땐 학교가 끝나고 대부분의 시간을 학원에서 보냈었고

학원에 안가는 날이면 야자를 신청해서

밤 11시가 되어서야 집에 들어가고 그랬어

그런데 야자 일정이랑 학원 일정이 한 번 꼬여서

아무 스케줄이 없는 빈 날이 생긴거야


오후 4시에 학교가 끝나고 

집까지 걸어오는 30분 동안 정말 덥고 힘들었지만  

집에가서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좋게 집에 오고있었지

그렇게 집 앞 사거리까지 도착해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횡단보도 건너편에 내 시선을 끄는 사람이 있었어


내가 본건 새하얀 드레스를 입고있는 키 큰 여자였어

키가 거의 190은 넘을 것 같았고

팔다리가 되게 길었어

그래서 자연스럽게 시선이 갔는데

자세히 보니 얼굴색이 이상한거야


그때 신호등에 초록불이 들어와서 그 여자가 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어

자세히 보니 얼굴의 절반이 화상으로 덮여서 붉은색으로 흉터가 져있고, 표정은 기괴하게 일그러져서 웃고있었어

그때 느낀거야 아 시발 귀신이구나

햇볕이 쨍쨍 내려쬐는 더운 날이었는데 이때만큼은 온몸에 서늘한 느낌이 들고 식은땀이 줄줄 나더라

초록불이 들어왔는데도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점점 내쪽으로 다가오는거야


사람이 궁지에 몰리면 두뇌 회전이 빨라진다더니

갑자기 머릿속에 귀신은 자기를 아는척 하면 그 사람한테 붙는다는 말이 떠올라서 바로 고개를 푹 숙이고 못본척 했어

고개를 숙이고 그 귀신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10초가 억겁의 시간과 같았지

잠시 뒤에 그 귀신은 내 왼쪽을 스쳐지나갔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


그런데 그때 머릿속에 생각 하나가 떠오른거야

만약에 방금 그 여자가 귀신이 아니라

그냥 화상 환자면 어떡하지?

내 행동이 그 사람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그래서 용기를 내서 고개를 들고 뒤를 돌아봤어


그 여자가 사라진거야


그 여자가 날 지나치고 내가 고개를 다시 들기까지 걸린 시간은 기껏해야 20초고, 주변엔 그 시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건물이나 가게가 없었어


그제서야 확신했지


아 내가 본게 귀신이 맞구나


그날 이후로 나는 귀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 없게 됐어